[사설]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 시작한 COP28, 문제는 한국이다
199개국 정부가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는 행동을 가속화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정부들은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폐막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 문서를 채택했다. 줄일 대상에 석탄·석유를 의미하는 “화석연료”를 명시한 것은 1995년 1차 총회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감축”만 언급했다. 진작 했어야 할 최소한의 합의가 이제 이뤄진 것이다.
핵심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3배 확대하고,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멀어지기로 한 것이다. 당초 기후활동가들이 기대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은 빠졌다. 과도한 피해를 입는 국가들을 지원할 ‘손실과 피해’ 기금 출연액도 기대엔 한참 못 미쳤다. 원자력이 저탄소 수소, 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과 함께 “저탄소 기술”에 포함된 것도 문제다. 원자력은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지만, 방사능 오염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43%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실망스럽다. 이런 결정은 미국·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의 미온적 태도, 산유국들의 저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전 세계 국가가 화석연료와 멀어지기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은 이 부족한 합의문을 달성하기에도 문제가 많다. 2021년 이후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규 건설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석탄화력 의존도를 낮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석탄 관련 산업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탈석탄법이 처리될 가능성도 낮다. 이런 식으로는 2030년까지 한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번 총회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과 원자력 3배 확대 서약에 동시에 참여한 것도 문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동시에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양립할 수 없다. 한 에너지원을 늘리면 다른 하나는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마련도 못하면서 원전을 더 늘리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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