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이는 '.ai' 도메인 정체는 무엇일까?
최근 낯선 인터넷 주소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이 '.ai'로 끝나는 주소인데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자주 보이더라고요.
ai라고 하니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죠.
‘ai’ 형태의 인터넷 주소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흔하지는 않았는데요. 어떤 이유로 요즘 자주 보이는 걸까요? 그 정체는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해요.
인공지능의 급부상…인기 얻은 ‘.ai’
저처럼 ‘.ai’를 인공지능과 관련된 인터넷 주소라고 생각하셨다면, 정확한 설명은 아닙니다. 먼저 ‘.ai’는 흔히 우리가 마주하는 네이버닷컴(naver.com)의 ‘.com’과 같은 도메인이에요. 숫자 형태로 이뤄진 고유 IP 주소를 문자로 풀어낸 것이죠.
도메인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ai’ 도메인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에서 할당하는 국가코드 표준인 최상위 국가 도메인에 속합니다. 한국은 ‘.kr’, 중국은 ‘.cn’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영국령 앵귈라 섬도 ‘.ai’를 국가 도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중남미 카리브 해에 위치한 앵귈라 섬은 인구수가 1만 6000명에 불과할 만큼 작은 섬인데요. 요즘 ‘.ai’ 국가 도메인으로 갑작스럽게 금전적 이익과 인기를 모두 누리고 있다고 해요.
지난해 말 챗GPT의 급부상으로 인공지능은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큰 인기를 얻으며 인공지능 관련 사업 규모도 점차 커져만 갔죠. 인공지능 산업에 막 종사하기 시작한 많은 사업자가 사이트를 개설하기 위해 ‘.ai’ 도메인에 주목했습니다. 인공지능의 ‘AI’와 동일한 ‘.ai’ 도메인은 친숙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인공지능 사업의 특색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죠.
‘.ai’ 하나로 쏠쏠한 수입 얻는 앵귈라 섬
현재 보이는 인터넷 주소의 모든 도메인은 각각의 사업자가 구매한 것입니다. 국가 도메인도 누구나 국경 상관없이 구매하고 인터넷 주소로 사용할 수 있어요. 국가 도메인을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도메인 등록 업체가 정부기관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판매 사이트를 통해 일반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있죠.
앵귈라 섬의 ‘ai’ 도메인은 일반적으로 약 140달러(약 18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약 1만원이면 구매 가능한 한국의 ‘.kr’ 도메인과 비교할 때 앵귈라 섬의 도메인은 일반 국가 도메인보다 비싼 편에 속해요. 신규 개설 외에도 연장하는 비용은 또 별도로 지불해야 하죠.
그럼에도 지난 9월 글로벌 도메인 등록대행업체 후이즈의 자료에 따르면 앵귈라는 ‘.ai’ 도메인 하나로 짭짤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어요. 연간 1091만 달러(약 144억 6800만원) 수익으로 국내 ‘.kr’ 도메인으로 벌어들이는 104억원과 차이가 있죠.
앵귈라의 ‘.ai’ 도메인은 이름 들으면 알법한 유명 기업들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챗GPT 이후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ai’ 도메인은 주로 각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나 연구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개설에 사용됐죠. 대표적으로 ▲메타(facebook.ai) ▲네이버 클로바(clova.a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ai) ▲구글(google.ai) ▲카카오(kakao.ai) 등이 있어요.
‘.ai’ 장사꾼⋅사기꾼 출몰 우려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ai’ 도메인으로 인터넷 주소를 개설한 것은 아닌데요. 정확히는 개설하고 싶어도 개설하지 못한 기업도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은 ‘daum.ai’ 인터넷 주소를 2021년부터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사용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올해 3월 ‘daum.ai’ 인터넷 주소를 14억 300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이 중고거래 앱 당근에 올라왔습니다. 글 작성자는 인기 도메인 ‘.ai’로 큰 홍보효과와 수십억 원의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죠.
이를 두고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근에 글을 올린 판매자처럼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먼저 선점해서 구매 후 고가에 판매하는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 행위가 늘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내지는 유명 기업의 도메인을 일반인이 구매한 후 기업을 사칭하거나 사기 행각까지 벌일 위험성도 제기됐죠.
오히려 일각에서는 도메인의 중요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쉽고 간단하게 질문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의 등장 때문이죠. 일일이 원하는 답변을 찾아다녀야 하는 인터넷과 달리 인공지능 챗봇은 단시간 내 원하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많은 사람이 도메인이 있는 웹사이트보다 인공지능 챗봇을 선호할 수도 있죠. 챗봇에 관심이 더 집중된다면 도메인을 둘러싼 여러 부작용이 따라 줄어들 수도 있고요. 여러분은 어떤 입장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으신가요? ‘.ai’ 도메인은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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