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년 말 기준금리 4.6% 제시···월가선 "3월 인하 확률 73%"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12.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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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 공식화···'피크아웃' 선언
"물가·고용시장 모두 진척" 평가
내년 골디락스 시나리오 내비쳐
옐런 "물가 목표치 2% 달성 가능"
일각선 자산시장 과열 경고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진행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13일(현지 시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연준이 정책결정문에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추가 정책 강화’라는 표현을 제외할지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해당 문구는 그대로였지만 앞에 ‘어떠한(any)’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무슨 의미일까. 이 궁금증은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기자회견의 첫 질문이 됐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는 의미로 추가한 것”이라며 “FOMC 위원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적어 낸 위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통화 긴축 주기에서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됐음을 공개했다. 파월 의장은 11월 FOMC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는 이번 FOMC의 논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과 연준의 태도 전환은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FOMC 위원들은 9월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인플레이션이 3.7%에 달할 것으로 봤지만 이날 내놓은 새 경제 전망에서는 이를 3.2%로 낮췄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세가지 영역, 즉 상품과 주거비,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영역에서 모두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력 수급 불균형도 해소되고 있다고 봤다. 인력 부족은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파월 의장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신 없을 정도의(frantic) 노동력 부족은 지난 이야기가 됐다”며 “실업률이나 구인, 이직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9월 5.1%에서 이날 4.6%로 0.5%포인트 낮춰 잡은 것도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이다. 연준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전망을 9월 1.5%에서 이날 1.4%로 낮춰 잡았지만 실업률 전망은 올해 3.8%, 내년 4.1%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동시에 근원 PCE 전망은 기존 2.6%에서 2.4%로 낮췄다. 성장과 고용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 물가가 안정 궤도에 들어서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제시한 셈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번 FOMC는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을 지지했다”며 “연준의 경제 전망은 연착륙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책 완화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전망한 대로 내년 말 근원 PCE가 2.4%까지 내려가고 기준금리가 4.6%일 경우 실질금리는 2.2%로 중립금리(0.5%)를 훌쩍 웃돌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을수록 경제에 미치는 압력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말 실질금리가 2.2%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준은 내년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 역시 “(위원 중)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다”며 “이는 섣부른 행위”라며 환호를 경계했다.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경우 불필요한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의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도 “(고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 시장에서는 3월 인하론이 재부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확률은 72.9%로 전날 39.7%에서 급등했다. 아울러 내년 말 금리는 3.75~4.0%로 낮아질 확률(36.1%)이 가장 높다. 내년 중 총 6회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의미다. 연준이 제시한 3회 인하의 두 배에 이르는 속도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경제를 낙관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일관된 패턴을 보이고 있고 노동시장의 과열도 전정됐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준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직 더 남았다”고 했다. 자산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1.4% 오른 것을 비롯해 비트코인·원자재 등 주요 금융자산 시장이 일제히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스닥과 S&P500을 비롯한) 상위 11개 증시 지수 중 9개가 현재 과매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는 “파월 의장의 이날 연설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꼬집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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