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 파장 주시 민주당···초선은 불출마, ‘올드보이’는 출마 채비
더불어민주당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발 인적 쇄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총선을 앞두고 당이 혁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최근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올드보이’들과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정치인들이 무더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정풍운동을 지향하는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물러나고 김기현 체제가 무너졌는데,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단합하자’라고 했을 때 국민이 동의해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국민의힘이 혁신 경쟁에서 선수를 쳤기 때문에 우리는 더 빠른 템포로 혁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은 “후보 검증에서 도덕성 기준은 후퇴하고 올드보이들과 당권 주변 인사들은 앞다퉈 한자리 차지하려는 이런 식의 총선 태세를 대한민국 선거 민심이 용납할 가능성은 없다”며 “이렇게 안이한 인식으로 혁신 결단을 외면한다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는 민심이 언제 우리를 향할지 두렵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 원로들은 다시 출마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불출마를 선언한 강민정·오영환·이탄희·홍성국 의원은 초선 의원이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 의원은 박병석 의원(6선)과 우상호 의원(4선)뿐이다. 오히려 ‘올드보이’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안양 만안구에서만 5선을 지낸 이종걸 전 의원이 이날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전 의원도 호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출마할 뜻을 시사했다.
도덕성 논란이 있거나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인사들도 무더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성희롱 사건이 드러나 사과하고 2018년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했던 강위원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역이 이번에 광주 서구갑 출마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4선)도 서울 마포갑에 재도전한다.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은 신계륜·전병헌 전 의원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어떻게 해서 우리 정치판은 귀하고 좋은 사람이 먼저 배제되고 그러지 않은 사람이 더 버티고 또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가”라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인적 쇄신이나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정치를 더 해야 할 초선들이 오히려 불출마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며 “역사적인 소명이 끝난 의원들이 스스로 결단하는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한 의원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 재판 중인 사람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날 이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사퇴 요구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윤핵관들이 물러가면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대해 여론이 반응할 것”이라며 “지지율 변화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났으니 이 대표도 물러나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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