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에너지' 우주선 관측 한국 연구팀, 공동연구 중단 위기

박건희 기자 2023. 12.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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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지원 끊겨 미국 현장서 철수
지난 2021년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하는 데 성공한 TA 코퍼레이션 한국 연구팀의 연구가 중단될 위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우주선(cosmic ray) 관측에 성공한 '텔레스코프 어레이(TA) 코퍼레이션' 국제공동연구에 참가한 한국 연구팀이 연구 지원금이 끊기면서 연구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14일 과학계에 따르면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한국 연구팀은 지난 연구 최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음에도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연구비 확보가 불투명해졌고 한국 연구팀은 미국 유타주 현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벨기에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 TA 코퍼레이션은 2008년부터 미국 유타주 사막에 지상망원경과 지표 입자검출기를 설치해 천체 데이터를 관측하고 있다. 2021년 5월 27일 2.44x1020eV에 이르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을 관측하는 데 성공해 지난 11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이 관측하는 우주선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끊임없이 도달하는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말한다. 우주선의 기원이나 생성 과정은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있다. 이를 분석하면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를 추정해오던 암흑물질을 비롯한 미지의 우주 구성물질을 규명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한국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을 통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간 매년 5억원 가량 투자받으며 연구에 참여했다. 참여 규모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기여도가 가장 커 전체 연구를 주도하는 입장이었다. 한국팀은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일본팀은 중성미자의 진동을 발견해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카지타 타카아키 도쿄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끌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주선 입자를 검출하는 데 필수적인 지표 입자출기 260여개를 국내 연구진 4명이 유타주 사막에 상주하며 제작했다. 2021년 초고에너지 우주선 관측에 성공하며 화제가 됐지만, 이 발견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타 사막에 검출기 총 500여 개를 설치할 계획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아직 230개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2023년 1월 중단됐다. 앞으로 계속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연구팀이 제출한 연구계획이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 Link)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은 2개 과제를 선정해 2023년 4월부터 2025년 말까지 3년 간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연구단별로 연간 16억 원을 지원한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팀도 (탈락 결과에) 깜짝 놀랐지만 함께 연구를 주도해 온 일본 팀도 놀랐다"며 "노벨상 수상자인 카지타 교수가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한국 인력에 대해 직접 중력파, 중성미자, 감마선, 우주선을 직접 지도하겠다고 나서는 등 공동연구에 매우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해외우수기관유치사업의 최종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았기에 연구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구비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한국 연구팀은 최소 향후 1~2년 간 TA 코퍼레이션 국제공동연구에 기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타주 사막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한국 연구자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국내연구진이 이미 연구에 기여한 부분이 커 향후 데이터 분석 등에 참여할 순 있지만 검출기를 제작·설치하는 등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실질적인 기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은 정부가 내세운 12대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지원한다고 공고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전략기술 분야는 2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반도체, 첨단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이다. 연구팀은 우주항공 분야로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가 설 자리가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12대 전략기술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기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이는 물리, 수학 등 기초과학 연구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구 과제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좀 더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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