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첫 시집과 새 번역 '율리시스' 동시 출간

김용래 2023. 12.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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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일랜드의 문호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소설 '율리시스'가 처음 출간된 지 101년이 되는 해였다.

두 권짜리로 나온 '율리시스'는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장을 지낸 조이스 전문가인 이종일 세종대 영문과 교수의 새 번역이다.

지금까지 이 작품의 한국어판은 지난 2일 작고한 조이스 권위자 김종건 전 고려대 교수의 번역이 가장 유명했다.

흔히 조이스의 작품에 따라붙는 수식어인 '난해하다'라는 표현은 그의 시에 관해서만큼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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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즐기던 생전의 제임스 조이스(1915년) [촬영 Ottocaro Weiss. 위키미디어 커먼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올해는 아일랜드의 문호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소설 '율리시스'가 처음 출간된 지 101년이 되는 해였다.

현재는 영문학의 기념비적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율리시스'는 출간 초기에는 작품의 난해성과 당시의 상식적 기준을 벗어난 미학으로 인해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줬다. 작가 자신도 이 소설을 가리켜 방대한 분량과 고도의 복잡성을 지닌 "끔찍한 괴물 소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10여년간 판매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독창성 넘치는 문학적 방법을 동원해 인간 생활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데 성공한 미증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율리시스'의 새 한국어판이 이번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두 권짜리로 나온 '율리시스'는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장을 지낸 조이스 전문가인 이종일 세종대 영문과 교수의 새 번역이다. 새 번역본은 가독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작품의 한국어판은 지난 2일 작고한 조이스 권위자 김종건 전 고려대 교수의 번역이 가장 유명했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1904년 6월 16일 하루 동안 아일랜드의 헝가리계 유대인 리어폴드 블룸이 더블린 시내를 돌아다니며 겪는 사소하고 잡다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문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구조적 토대로 삼아 '의식의 흐름' 기법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세계가 외부의 현실 못지않게 삶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는 점을 치밀하게 문학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자인 이종일 교수는 "한동안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흔히 자리매김하곤 했으나, 현재는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구조주의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인문학계의 패러다임도 모두 수용하고 넘어설 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율리시스'가 조이스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대표작이라면, 시집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는 20대에 사랑의 열병을 앓던 조이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집의 원제는 '실내악'(Chamber Music)으로,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연가(戀歌) 모음집이다. 조이스가 스물다섯의 나이에 생애 최초로 출간한 책이다.

흔히 조이스의 작품에 따라붙는 수식어인 '난해하다'라는 표현은 그의 시에 관해서만큼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인 것 같다.

조이스는 청춘의 사랑과 그 사랑의 상실에 관한 생각과 감정을 노래 가사처럼 읊었는데 그만큼 시들의 음악성이 뛰어나다.

"사랑하는 그대여, 아름다운 이여, / 일어나요, 일어나요! / 내 입술과 눈이 / 밤이슬에 젖었어요."(작품 '17'에서)

"사뿐히 오거나 사뿐히 가세요. / 그대의 가슴은 앞날의 슬픔을, / 작별인사를, 한창때가 지나갔음을 예감해요."(작품 '29'에서)

[아티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조이스는 자신의 시집을 '모음곡'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작곡가라면 직접 시집 전체에 곡을 붙일 거라고 말하곤 했다. 이 시집의 시들은 조이스가 희망했던 대로 그의 생전에 40명의 작곡가가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이스의 글이 난해하다는 얘기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독자라면 반가워할 만한 책이다.

역자인 공진호 번역가는 "언어와 음악이 어울리며 이루어내는 절묘한 균형, 이것은 르네상스 시인들이 성취한 우아함인데, 조이스는 노래로 그것을 나타내고자 했다"면서 "그는 노래가 위로와 고통과 슬픔을 잊어버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 율리시스 = 문학동네. 이종일 옮김. 전 2권. 각 권 708·712쪽.

▲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 = 아티초크. 공진호 옮김. 156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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