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준우승’ 불과 종이 한 장 차이인데 … ‘우승 DNA’란 게 있을까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준우승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원래 우승 보다 준우승 횟수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우승은 한 명뿐이지만 준우승은 여러 명 나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승 없이 준우승이 쌓이다 보면 기회를 잘 잡지 못하는 선수로 인식되기도 한다. 박현경도 “그동안 내가 그렇게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들었다”라고 했다.
원래 박현경도 3승을 할 때만 해도 준우승이 전혀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후 9번의 준우승을 하면서 우승(4승) 보다 준우승이 많은 선수가 됐다.
올해 3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한 이예원도 아직 우승보다는 준우승이 많다. 이예원은 작년에 준우승만 세 번을 했고 올해도 준우승이 4번으로 우승(3승)보다 한 차례 많다. 총 60회 출전에 우승 3회, 준우승 7회다.
‘홀수 해 무승’ 징크스를 갖고 있는 이소영도 우승 6회, 준우승 9회로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은 선수에 포함된다. 6승은 모두 짝수 해에 몰려나왔다. 반대로 준우승은 홀수 해에 많다. 올해 두 번을 포함해 6번 준우승이 홀수 해에 나왔다. 2018년 준우승 없이 3승을 하더니 2019년에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3번을 한 적도 있다.
2018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둘 때까지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하고 있었고 올해 5년 만에 7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홍정민과 이가영도 대표적으로 준우승이 많은 선수다. 두 선수 모두 1승에 준우승을 6번 기록하고 있다. 5승의 이소미도 2위 7번으로 준우승이 많다.
15승의 장하나도 준우승이 19회로 많고, 7승의 안선주도 준우승이 12차례나 된다. 은퇴를 선언한 김시원 역시 우승 5회, 2위 10번으로 준우승이 많은 선수이다.
우승과 준우승 횟수를 동률로 맞춘 선수들도 꽤 있다.
올해 상금랭킹 3위 박지영은 우승과 준우승이 7번씩 같다. 작년에는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으로 준우승이 하나 더 많더니 올해는 우승 세 번에 준우승은 두 번으로 오히려 우승이 한 번 더 많다.
상금랭킹 4위 김수지야말로 우승과 준우승을 골고루 하는 선수다. 우승과 준우승이 각각 5번인데, 해마다 우승과 준우승 횟수가 같았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우승과 준우승을 두 번씩 하더니 올해는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으로 횟수를 맞췄다.
LPGA 무대에서 뛰는 유소연도 우승과 준우승 10회씩으로 같다.
우선 2021년과 2022년 6승씩 거둔 박민지가 대표적이다. 총 162회 출전한 박민지는 우승 18회, 준우승 7회로 우승이 두 배 이상 많다. 올해 4승을 거두며 KLPGA 다승왕에 오른 임진희도 133개 대회에서 우승 6번, 준우승 2번을 기록하고 있다.
LPGA 무대에서 뛰고 있는 박성현, 고진영,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도 국내에서 활약할 때 우승이 훨씬 많은 ‘우승 DNA’를 갖춘 선수들이었다.
박성현은 10승에 준우승 4회, 고진영 11승에 준우승 6회, 김효주 13승에 준우승 7회, 김세영 5승에 준우승 1회, 그리고 전인지는 9승에 준우승 6회를 기록했다.
35세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 못지않게 뜨거운 샷을 날리는 신지애도 우승 20회, 준우승 9회로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는 ‘클러치 능력’을 갖춘 선수다.
톱 골퍼는 우승이 많은 선수, 준우승이 많은 선수로 나뉜다. 하지만 우승과 준우승은 불과 종이 한 장 차이다. 우승 못지않은 준우승도 있고 준우승 끝에 찾아오는 우승이라 더욱 감격적일 수 있다. 올해 박현경, 박주영, 서연정의 우승이 그랬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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