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논란에…"학교가 책임회피" 비판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3. 12.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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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지난달 우즈벡 유학생 22명 강제출국
법무부가 정하는 체류 조건 안 지켜
한신대, 행선지 고지 없이 유학생들 버스 태워
"출입국 사무소 가면 감옥간다" 공항으로…출국 조치
"학교가 책임회피" 지적…재학생들도 "출국 과정 해명하라"
한신대 "체류 조건 여러 번 설명…협박 없었다" 해명
한신대 경기캠퍼스. 한신대 홈페이지 캡처


한신대학교가 학교 어학당에서 공부하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킨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유학생들이 법무부가 정하는 체류 조건을 지키지 못해 불법체류 신분이 되기 전에 조치했다는 입장인데, 관리 의무가 있는 학교가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오산경찰서는 한신대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 유학생 A씨 측은 최근 국민신문고에 한신대가 강제로 추방시켰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이 아직 구체적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으나, A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협박이나 출국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7일 한신대는 학교 유학원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9명 중 22명을 출국시켰다. 법무부가 정하고 있는 체류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외국인 유학생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 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에 따라 국내에 머무는 기간 동안 1천만원 이상의 계좌 잔고를 유지해야 한다. 우즈벡 유학생 29명 중 6명만 잔고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유학생들은 올해 9월 27일 D-4(어학연수) 비자로 입국해 한신대 어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6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학교 측에 유학생들의 계좌잔고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학교 측은 유학생 29명 중 23명이 잔고를 유지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신대는 해당 학생들을 제적시킨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대형 버스에 태웠다. 하지만 행선지를 공지하지 않은 채 버스를 출발시켰고, 경기 화성 병점역에 정차해서는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을 태웠다.

이어 한국말로 "출입국 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공지를 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한신대는 건강문제를 호소한 유학생 1명을 제외하고 22명을 미리 예매해 둔 항공편으로 강제 출국시켰다.

"학생 관리는 학교 책임…불이익 싫어 회피만" 지적

한신대 홈페이지 캡처

이같은 한신대의 대응을 놓고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학생들의 관리 감독을 책임져야 하는 학교가 뒤늦게 규정 위반을 발견하고 강제출국을 시켰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센터장은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중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 문제가 생기고 수가 늘어나면, 당국은 학교별로 유치 가능한 유학생 티오를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준다"며 "이번 사건은 한신대 측이 그걸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학생들의 체류 조건을 점검해야 할 의무는 대학에 있고, 교육을 시키는 것 역시 대학이자 유학 비용으로 이익을 보는 것 역시 대학"이라며 "하지만 한신대는 관리하지 않은 책임에 대해 불이익을 받기 싫으니 일방적으로 쫓아낸 것"이라고 했다.

조 센터장은 또 "출국 당일 버스 안 영상을 봐도 통역 없이 우리나라 말로 통보를 하는데, 기본적인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한신대 재학생들 역시 규탄 성명을 내고 학교 대응을 문제삼았다. 한신대 재학생 등은 "학교는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로 출국시켰다는 것이 정당한 해명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거짓말과 협박으로 유학생을 강제 출국시킨 학교 당국을 규탄한다"라고 했다.

또 "행정상의 실수로 소속 학생들이 피해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학교의 마땅한 책임"이라며 "그러나 학교는 '해결'하기 위해 거짓과 협박으로 강제 출국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성영 총장의 공식 사과 △유학생을 강제 출국시킨 결정 과정에 대한 공개와 해명 △강제 출국 당한 학생들의 피해상황 조사 및 구제책 마련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한신대 "여러 차례 체류 안내…출국 버스 협박 없었어"


한신대 측은 유학생들에게 체류 조건에 대해 여러 차례 고지했고, 서약서까지 받았다며 책임론에 반박했다. 또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지난달 법무부에서 계좌 잔고 확인 요청이 온 뒤 학생들에게 다시 체류 조건을 설명하고 이행하겠다는 서약서도 받았다"며 "조건을 지킨 우즈벡 유학생 6명은 지금 학교에서 잘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출국 당일 행선지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건 맞지만, 학생들이 버스를 자율적으로 탔고 안에서도 강요나 협박같은 것 전혀 없이 설명했다"며 "사설 경호업체가 탑승한 이유는 질서유지를 위해서이며 강압적인 분위기는 전혀 만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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