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의 전쟁... 개미 규합해 승리한 월가 ‘괴짜 금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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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덤 머니’(Dumb Money·2023)는 미국 주식 시장이 무대입니다. 작은 금융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키스 길(배우 폴 다노)은 전형적인 월가 엘리트 금융인과는 다릅니다. 고급 슈트 대신 고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주식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에서 길은 ‘포효하는 냥이(roaring kitty)’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합니다.
길은 오프라인 비디오게임 유통 업체 게임스톱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형 헤지펀드의 생각은 다릅니다. 게임의 온라인 배포가 일반화되고 코로나바이러스로 게임스톱 같은 오프라인 업체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이브 플롯킨(세스 로건)이 설립한 멜빈 캐피털을 위시한 헤지펀드들은 대규모 공매도에 나서 2021년 초 게임스톱의 공매도 물량이 유통 주식 수의 무려 140%에 달했습니다.
영화에서 플롯킨은 헤지펀드 거물들과 통화하면서 게임스톱 주식을 산 개미 투자자들을 바보라고 부르죠. 그러면서 “기꺼이 빨아먹지”라며 키득거립니다. 영화 제목 ‘덤 머니’는 ‘바보들의 돈’이라는 뜻입니다. 월가 엘리트들이 거들먹거리면서 개미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표현입니다.
헤지펀드가 대규모로 공매도에 나서면 개인 투자자들은 공포에 빠져 서둘러 주식을 팔고 빠져나오지만 길은 버팁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기 시작합니다. 유튜브 방송과 온라인 포스팅을 통해 게임스톱이 저평가되었고, 월가 약탈자들이 개미 투자자들을 희생시키기 위해 공매도에 나섰다고 비난합니다. 그리고 숏스퀴즈로 헤지펀드를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숏스퀴즈는 공매도 주식의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공매도 세력이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고, 이것이 더욱 주가를 올리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공매도의 큰 손이 대형 금융기관이거나 헤지펀드이기 때문에 숏스퀴즈가 실제 발생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개미 투자자 한 명 한 명은 큰돈이 없지만, 숫자는 대단합니다. 숏스퀴즈가 발생한 날 월스트리트베츠의 일일 조회 수가 무려 7300만뷰였고, 150만명이 추가로 가입했습니다. 이들이 하나로 뭉쳐 주가를 부양하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길의 게임스톱 초기 투자금은 5만3000달러였는데요. 나중에는 매일 몇백만 달러씩 늘어나서 4800만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반면 플롯킨의 헤지펀드는 하루에 10억달러씩 잃어가다 파산했습니다.
우리나라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도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찬반 논란도 격렬합니다. 하지만 개미들이 기관 투자자들을 응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사이 ‘포효하는 냥이’를 비롯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이익을 실현했지만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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