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으로 달라진 건 없어요”…반 클라이번 다큐 ‘크레센도’엔 임윤찬 어록 빛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크레센도’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 속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과 지휘자 마린 올솝. 오드 제공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현실세계에서 꺼내는 어려운 일은 음악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20일 개봉)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으로 시작해 임윤찬으로 끝난다. 당연하다. 영화의 소재인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가 바로 임윤찬이기 때문. 임윤찬은 늘 그랬듯 영화 안에서도 음악밖에 모르고, 음악에만 열정을 쏟는다.

영화는 아무도 선전을 예상하지 않았던 한 수줍은 소년이 콩쿠르란 하나의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를 사로잡은 큰 별로 도약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영화는 마지막 결선을 앞둔 임윤찬의 무대 뒤 모습으로부터 시작한다. 지휘자 마린 올솝이 임윤찬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의 대답 "너무 떨려요." 그리곤 올솝과 함께 무대 위에 오르는 임윤찬의 뒷모습이 잡힌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떨리는 순간. 임윤찬은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 해당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1322만 회란 기록적인 시청 횟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 ‘크레센도’. 오드 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전체 참가자는 388명. 여기서 본선 1차(30명), 2차(18명), 준결선(12명)을 거쳐 결선 6인이 남는다. 참가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자처한 이유는 콩쿠르에 우승하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연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올솝은 "콩쿠르 우승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연주 순서를 추첨하고, 피아노를 고르는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경연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 사이 동료애도 피어난다. 영화는 매우 담백하게 결선 6인의 면면을 담아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확실히 임윤찬이다. 임윤찬이 결선 무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만든 계기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연주했던 곡. 영화는 과거의 ‘전설’인 반 클라이번과 미래의 ‘전설’인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영화 ‘크레센도’ 속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수상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안나 게뉴시네, 임윤찬, 드미트리 초니. 오드 제공

영화에서 임윤찬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록을 만들어도 될 수준이다. 예선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소나타 9번 K.311을 연주했을 때 그는 "피아노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물론 관객과 음악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혼자 고립돼야 한다. 고민하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임윤찬은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뒤엔 무대 뒤 인터뷰에서 "마음을 다해 연주했다"며 "하늘에 계신 위대한 예술가들을 위해 연주했다"고 말한다. 또 콩쿠르에 나온 이유에 대해선 "내 음악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얼마나 깊은 음악을 하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기회이고, 더 발전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콩쿠르가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콩쿠르 우승으로 무엇이 변했느냐’는 질문엔 임윤찬은 "계속 연습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지낸다"며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담담히 말한다. "계속 연습하고 싶고, 위대한 작품들을 계속 배우고 싶으니까요."

영화 ‘크레센도’. 오드 제공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버전에 비해 15분이 늘었다. 임윤찬의 연주 영상이 많이 추가됐다.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과 결선 무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매우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임윤찬의 연주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결선에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임윤찬의 폭발적인 질주는 ‘점점 세게’란 의미의 영화 제목 ‘크레센도’와 어울린다. CGV 단독 개봉이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