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라니냐' 분석, VR 콘텐츠 제작…선생님들의 특별한 수업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2.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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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 이끄는 교사 30인
국내외 과학 동향·이슈 찾아
보고서 만들고 유튜브 찍어
쉽게 배우는 체험형 콘텐츠
특수교육 학생 위해 만들고
농어촌 학교 대상 'e학습터'
'찾아가는 발명교실'도 운영

◆ 올해의 과학교사賞 ◆

대한민국 미래 과학자를 키우는 대표 교사 30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교과서에만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인공지능(AI)을 활용·체험해보는 AI 수업을 개발하고, 가상현실(VR) 콘텐츠 역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과학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과학교육 동향과 이슈를 담은 보고서를 학기 중 매달 발간하고 교사 간 공유 체제를 꾸리는 한편 과학교사연구회 구성 등을 통해 과학교육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교육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해 우리나라 초·중·고교 과학교육을 이끄는 우수 과학교사들 덕분에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과학교육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3 올해의 과학교사상' 시상식을 열고 전국 초·중·고교에서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에 공헌한 교사 30명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과학교사상은 과학교육 내실화에 기여한 교사와 교외 활동, 과학 강연, 저술, 봉사 활동 등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교사에게 수여한다. 올해는 초등 교사 14명과 중·고교 교사 16명 등 총 30명이 수상자로 뽑혔다.

과학교사상 선발위원장을 맡은 이창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올해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자 접수를 진행한 결과, 총 114명의 후보자가 접수됐다"며 "심사위원이 후보자들의 업적과 성과에 대한 추천서, 공적조서, 업적 증빙 자료, 결격 여부를 엄격히 검증해 최종 수상자 3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임호성 김해임호고 교사는 AI를 활용한 수업을 직접 개발했다. 학생들이 직접 AI를 활용해보고 체험하는 식의 수업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파이썬(Python)'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쳤다. 그런 다음 AI를 실제 활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페루와 칠레 앞바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인 '라니냐'를 AI를 활용해 분석하도록 했다. 임 교사는 "AI가 미래 교육의 핵심이라는 신념을 갖고 AI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했다"며 "다양한 교과의 선생님들에게 AI 수업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우겸 대전과학고 교사는 가상현실(VR)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걸 넘어 직접 학생들이 VR을 제작하도록 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과학고 교육과정 내에 'VR과 과학콘텐츠'라는 과목을 개설한 후 정규 교과목으로 승인받아 지난해에는 2개 반, 올해엔 1개 반을 개설해 운영했다. 김 교사는 "교과 수업 활동에서 단순한 지식 위주의 강의보다는 좀 더 학생 중심 교과 수업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동희 범서초 교사는 '온라인 가상실험 플랫폼(Vlab ON)' 수업안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웹 기반의 3차원(3D) 시뮬레이션 가상실험실이다. 산염기 중화적정 실험, 화합물 3D 분자구조 모형 만들기 실험 등 다양한 수학·과학 실험과 탐구를 경험할 수 있는데, 박 교사는 로켓 발사를 실험할 수 있는 수업안을 제작했다. 김경목 백전초 교사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수업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온 실험 기구들을 바로 3D 프린터로 출력해 실험을 수행한다. 김경목 교사는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정형화된 실험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새로운 체험학습을 제공하려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새로운 교습법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더 나은 과학교육을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갔다. 그런 고민들을 모아 모두 공유했다. 과학교사들 간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김진호 경남교육청 과학교육원 교사는 국내외 주요 과학교육 동향과 교육 현안, 이슈 등을 발굴하고 취합했다. 이를 '과학 이슈? 여기 있슈!'라는 보고서 형태로 학기 중 매달 발간하고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해 보급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매달 발간했으며 1000여 개 교육기관에 공문으로 배부했다. 김진호 교사는 "과학교육 과정 운영에 필요한 초·중·고교별 이슈 자료 보급을 통해 과학교육 이해도를 향상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김진호 교사는 운동·에너지, 물질, 생명, 지구·우주, 정보(SW·AI) 등 5개 영역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제작했다. 손창익 동부초 율포분교 교사와 이재준 상천초 교사 등은 농어촌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발명교실' 'e학습터' 등을 운영했다. 강진기 산인초 교사는 과학을 대중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 교사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지오로케이터' 부착을 통한 제비 이동 경로 추적 연구를 기획했다. 지오로케이터는 제비와 같은 소형 조류의 이동 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다. 지오로케이터를 제비 몸에 달아 제주도·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로 이동한다는 점을 국내 처음으로 밝혔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참된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교육 혁신의 주역들"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은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선생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마다함이 없는 젊은 과학자들을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여기 계신 과학교사들의 가르침과 열정은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며, 우리 학생들이 과학을 외면하지 않고 배우고 싶어할 수 있도록 정부도 탄탄한 과학교육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2003년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제정돼 올해로 21년을 맞은 과학교사상은 지금까지 수상자 821명을 배출하며 국내 최고 과학교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수상자에게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 두산연강재단 후원으로 외국 연수 기회가 제공된다.

주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한국과학창의재단·매일경제신문사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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