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하길 잘했다 생각했죠, 야수였다면…" 포스트 오지환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백승현에게 물었다

신원철 기자 2023. 12.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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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일 전, 2020년 1월 25일 그날 호주에서 던진 공 하나가 LG 트윈스 투수 백승현의 인생을 바꿨다.

백승현은 "그런 생각 많이 했다. 투수 안 했으면운이 따라서 여기까지 왔지만 만약에 내가 스스로 포지션을 바꾸지 않았다면 한국시리즈를 경험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시즌 끝나고 나서도 계속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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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백승현은 투수 전향 3년 만에 필승조로 성장했다. ⓒ 연합뉴스
▲ 백승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419일 전, 2020년 1월 25일 그날 호주에서 던진 공 하나가 LG 트윈스 투수 백승현의 인생을 바꿨다. 그때만 하더라도 유격수가 좋다며 투수 변신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감독으로부터 '성장하면 국가대표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단단한 투수가 됐다. 덕분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백승현은 11월 8일 2차전과 10일 3차전, 11일 4차전에서 총 1⅔이닝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12일 만난 백승현은 이미 한 달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기억이 또렷하다고 했다.

그는 "그날 안 던져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뛰어나갔다. 너무 좋았다. 아마추어 때도 우승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프로에서 해보니까 너무 좋았다"고 얘기했다. 또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우승을 해봤어야 '했다' 이런 생각이 들텐데, 처음 느껴보니까 '이런 기분이구나' 그렇게 지나갔던 것 같다"고 했다.

▲ 백승현(왼쪽)의 데뷔 첫 세이브를 축하하는 김민성과 오지환(왼쪽부터). ⓒ 연합뉴스

'투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나'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백승현은 "그런 생각 많이 했다. 투수 안 했으면…운이 따라서 여기까지 왔지만 만약에 내가 스스로 포지션을 바꾸지 않았다면 한국시리즈를 경험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시즌 끝나고 나서도 계속 했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42경기에서 40이닝 2승 무패 1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했다.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첫 해 주로 추격조로 던지면서 16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2.16보다, 필승조로 나선 올해 성적이 더 좋다. 내년에는 경기 수도 더 늘리고 싶다.

백승현은 "전반기를 부상으로 날렸다. 내가 준비를 잘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비시즌에는 코치님들께서 작년보다 더 잘 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겨울부터 다녔던 트레이닝센터에서 홍창기 문성주 이재원과 함께 즐겁게 다음 시즌을 보낼 기반을 만들고 있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백승현을 필승조감으로 점찍었다. "국가대표 셋업맨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대담한 예상도 했다. 백승현은 "내가 뭘 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고, 감독님이 좋게 봐주시고 또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됐다. 내 실력으로 이런 자리에 올라왔다고 말하기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백승현의 몫이 더 커질 수 있다. 백승현은 "우리 팀에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아서, 매년이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모두 자기 자리가 확실히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 역시 잘 준비해야 그런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올해랑 같은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A 상태인 임찬규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백승현은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 선배다. 한때 분석을 당해서 맞아나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아직 그럴 때 아니라고 해주셨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싶다. 이제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 백승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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