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모두를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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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에 처음 가보았다.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인들의 창작·육성·교류 활동을 위해 조성된 국내 첫 장애예술공연장'으로 배리어 프리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열려 있다.
배리어 프리 공연장을 처음 가봤기에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했다.
내가 예상했던 배리어 프리는 기술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그 순간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박수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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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차이 없는 무대 갖추고
번역·수어 통역사 함께해
휠체어 관객과 소통 무대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공간
세심한 관심과 노력 필요해
10월에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에 처음 가보았다.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인들의 창작·육성·교류 활동을 위해 조성된 국내 첫 장애예술공연장'으로 배리어 프리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열려 있다.
배리어 프리 공연장을 처음 가봤기에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했다. 공연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단차 없는 무대였다. 맨 앞줄에 휠체어를 탄 관객들이 있었는데, 단차가 없어서 마치 무대 위에 올라 있는 배우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마당극을 떠올렸다. 배우와 관객의 소통이 편리한 무대를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안내 직원들이 등장해 유의 사항을 전달해주었다. 그들은 대피로를 설명하며 손뼉을 쳤다. 대피로가 오른쪽이면 오른쪽에 서 있는 직원이, 왼쪽이면 왼쪽에 서 있는 직원이 손뼉을 쳤다. 그런 간단한 동작이 배리어 프리의 일환임을 깨닫고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배리어 프리는 기술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그 순간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박수가 사용되었다.
그날 내가 본 공연은 한국과 프랑스의 공동 창작 작품인 '제자리'였다. 독특하게도 객석을 밝히던 불이 꺼지지 않은 채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배우가 무대에 등장해 대사를 말하자 곧이어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 문자가 떠올랐다. 속기사가 배우의 대사를 실시간으로 문자통역했기에 모든 관객이 소통의 지체됨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함께 공연을 감상하는 다른 관객이 장벽을 느끼지 않는다는 인식은 내게도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공연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새삼 묻게 되었다. 당연히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했지만, 은연중에 우리는 예외를 두고 있었다.
단차 없는 무대에 선 배우들은 가까이서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배우의 연기에 집중한 관객들 역시 배우의 호흡을 무척 가까이서 느꼈을 것이다. 그전까지 내게 공연이라는 것은 배우와 관객의 자리가 명확히 나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광경은 관객과 배우의 연결성을 느끼게 했다. 공연이 시작될 때 객석의 불이 꺼지는 암전이 없었던 것 또한 그러한 연결성의 일환처럼 보였다. 사실 나는 연극 공연을 볼 때마다 늘 암전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다. 암전이 시작되면 어둠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당연히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 꾹 참으며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연출가가 일부러 객석의 불을 끄지 않았다고 말하며 "우리 모두가 같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했을 때, 나는 그 공간이 내가 갖고 있던 공연 관람의 장벽을 없애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암전이 없어서 나는 처음으로 공연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내게도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 프리였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될 땐 세 명의 통역사가 함께 자리했다. 연출가의 말을 통역하는 프랑스어 통역사와 수어 통역사는 무대 위에 있었고, 실시간 문자통역을 담당하는 속기사는 객석 뒤쪽에 있었다. 그날 그 자리엔 오로지 소통만을 위해 세 사람이 동석했다. 나는 그들이 부재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서로를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껏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다.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진즉에 떠올렸어야만 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서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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