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많은 LA, 韓미술에 열광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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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시대가 돌아오면서 로스앤젤레스(LA)는 전 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LA는 파리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미술 도시가 됐다. 보수적인 뉴욕에 비해서 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관문인 LA를 통해서 미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다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현지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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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전시 잇따라 개막
가나아트 LA '스탠딩 스틸' 展
장마리아·조셉리·사라킴 소개
해머미술관 '메이드 인 LA' 展
이강승·문지영·곽영준 참여해
미국 LA 해머 미술관에서 이강승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들. 김슬기 기자

서부의 시대가 돌아오면서 로스앤젤레스(LA)는 전 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기업들이 혁신을 이끌면서 억만장자들이 날마다 탄생하고 있어서다. 할리우드 스타와 젊은 부자들은 세계 최대 미술도시 뉴욕까지 날아가지 않고 LA에서 그림을 산다.

LA 주립 미술관(LACMA)과 게티 센터, 해머 미술관 등은 역동적인 기획 전시를 선보이고 있고, 프리즈 LA는 뉴욕의 아트페어를 위협하고 있다. 톱화랑 하우저앤워스는 LA에만 두 곳의 미술관급 갤러리를 열었고 페이스, 리슨, 매리언굿맨, 레겐프로젝트, 제프리다이치갤러리 등 세계적 화랑들이 아트 블록을 만들고 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 LA에서 'K아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머 미술관의 기획 전시에는 한국 작가 이강승과 문지영, 곽영준이 초대받았다. 올해 LA에 진출한 가나아트 LA는 첫 신진작가 기획전을 선보인다. 메이크룸에서는 유귀미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아트 블록 한가운데인 할리우드 근처에 자리 잡은 가나아트 LA는 쌍둥이 모양의 두 전시장을 가진 아늑한 공간이었다. 지난 9일 개막해 내년 1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스탠딩 스틸(Standing Still)'은 수킴, 김명진, 조셉 리, 장마리아, 사라 리, 이소연, 사라 킴, 유희진 등 주로 LA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의 재기 발랄한 신작을 소개했다. 다수가 30대인 8인의 작가들은 추상과 구상, 팝아트 등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에미상 수상을 노리는 올해의 히트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서 여주인공 앨리 웡의 남편 도예작가 역을 연기한 조셉 리는 화가로 활동하는 예술가다. 3점의 유채로 그린 풍경화는 '피비린내 나는 폭군의 시간' 같은 반전 제목을 달고 있다. 두꺼운 마티에르로 추상 작업을 하는 장마리아는 "국내에서 주로 전시를 열어왔는데, 이번 기획전에 이어 1월에 LA 개인전도 이어진다. 현지 관람객들을 만날 기회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정연 부장은 "권대섭 강민수 등 5인의 달항아리 전시로 9월 개관전을 연 것은 한국의 전통적 미(美)를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젊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는 야심찬 첫 기획전시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작년 가나아트 보광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사라 킴은 청바지 그림으로 유명하다. 뉴욕에서 활동하다 온화한 날씨의 LA로 1년 전 이주했다는 그는 "작가로 활동하기에 LA는 최적의 도시다. 젊은 작가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술적 영감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LA는 파리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미술 도시가 됐다. 보수적인 뉴욕에 비해서 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관문인 LA를 통해서 미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다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현지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LA를 대표하는 해머 미술관에서는 'Made in LA 2023: Acts of Living'을 10월부터 12월 31일까지 열고 있다. 마이클 알바레즈, 낸시 에번스 등 39명의 LA 예술가를 통해 이 도시의 예술과 일상, 공동체, 이주민의 역사까지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전시에도 참여한 이강승은 소외되고 억압된 퀴어의 역사를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를 선보였다. 에이즈 활동가 오준수의 손편지, 흑연과 색연필 드로잉 등 작가의 몸을 통해 완성되는 노동집약적 매체를 통해 '상상의 박물관'을 만들어냈다.

[로스앤젤레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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