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조인의 위법행위, 더 예리한 칼 들이대야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반려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얼마 전 ‘예비 검사’ 신분으로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한 황모씨가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함께 식사하던 법조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황씨는 지난해 말 신규검사 선발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 강남 식당가에서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머리를 때린 인물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검사 임용은 실패했지만 이달 초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황씨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수리했다.

법조인들은 범죄로 처벌받거나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고도 경제활동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관련 규정이 허술한 탓이다. 황씨는 경찰관을 때리고도 변호사 등록을 마쳤고, 호텔에서 성매매하다 적발된 현직 판사는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쳤다. 판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게 아니면 파면되지 않는다. 범죄는 아니지만 학교 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다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변호사로 다시 활동할 수 있다.

범죄 이후에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범죄자’로 낙인찍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더 큰 범죄에 가담할 여지가 있어서다. 재범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안정적 경제활동’을 지목하는 연구 결과도 많다. 다만 법조인들의 ‘철옹성’과 같은 밥그릇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을 떠나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이들이 큰 제약 없이 법조인 경력을 이어 나간다면 범죄나 책임감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변화의 발을 뗀 의료계 사례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기존 ‘의료법 위반’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했다.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생존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폭행과 마약, 성범죄 등 일상을 무너뜨리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직업수행의 자유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하게 하고, 옳은 태도로 행동하게 하며 옳은 것을 원하게 하는 성품”이라고 말했다. 옳고 그름이 개인마다 다르겠으나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정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법을 지척에서 마주하는 법조인의 위법행위에 예리한 칼을 들이대야 하는 이유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