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한선화 원샷하자...유튜브 ‘술방’에 뜬 경고 문구

‘짠한형 신동엽’ 등 유튜브 ‘술방’, 음주경고문구 적용
술방 겨냥한 정부 새 가이드라인, 자율 권고 한계도

신동엽 음주 장면에 뜬 경고 문구.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연예계 주당 신동엽과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배우 한선화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자 하단에 자막이 떴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지난 11일 유튜브 ‘짠한형 신동엽’에는 인기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의 한선화가 게스트로 나왔다. 연예계 자타공인 주당 신동엽과 술 좋아하는 세 여자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술도녀’로 큰 사랑을 받은 한선화는 만나서 인사를 나누자마자 협찬 받은 맥주를 크리스마스 한정판 전용 맥줏잔에 따라 ‘원샷’했다.

두 사람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며 대놓고 PPL(제품협찬) 광고를 하며 맥주를 들이마시자 하단에 큼직한 글씨의 자막으로 음주 경고 문구가 깔렸다.

‘짠한형 신동엽’은 또 채널 소개글에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음주 경고 문구를 넣어지나친 음주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선화 음주 장면에 뜬 경고 문구.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최근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에 음주 장면이 담긴 이른바 ‘술방’(술+방송)이 넘쳐나자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늘려 개정했다. ‘짠한형 신동엽’ 등 일부 유튜브 술방들은 이를 빠르게 적용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등 두 가지다.

유튜브에서는 ‘먹방’과 ‘술방’이 양대 산맥을 이룰 정도로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술방의 경우 아이돌을 포함한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해 맥주 소주 와인 막걸리 등 온갖 종류의 술을 놓고 술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이 흔하다.

Z세대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이 유튜브에서 대박을 낸 데 이어 연예계 주당 신동엽의 ‘짠한형 신동엽’은 단시간에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기안84의 ‘술터뷰’,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는 토크 예능이 인기다.

개정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 제공|보건복지부

문제는 이런 부어라마셔라 유튜브 술방이 과도한 음주를 조장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린이나 청소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마시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자칫 음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나친 음주의 폐해는 묻혀지고 술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게 해주고, 마냥 기분좋은 흥이 오르게 해주는 매개체인냥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TV 방송의 음주 장면은 규제가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는 방송이 음주·흡연·사행행위·사치·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니터링하며 지나친 음주 방송을 제재하기도 한다.

유튜브 역시 방심위 모니터링 대상이긴 하다. 그러나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단속이 이뤄질 뿐, 음주 장면 자체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유튜브와 OTT를 고려해 만든 것”이라며 “유튜브 등에서 음주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으니 자율적 자제를 촉구하는 뜻에서 개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 설명대로 가이드라인은 자율적 권고 사항이라 그 효과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다 강력한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