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악순환···전쟁 참상에도 이·팔 모두 ‘적대 여론’ 확산
“전쟁 강행해야” 여론 압도적 높아
팔, 전쟁 이후 하마스 지지율 상승
10명 중 7명 “무장 투쟁이 최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석달째 이어지며 인명피해가 극심해진 가운데 상대방을 향한 양측의 증오심도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이스라엘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전쟁을 강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팔레스타인에서도 전쟁 이후 오히려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75.5%가 지난달 말 7일간의 일시 휴전 이후 민간인 피해를 줄이거나 국제사회의 압박을 경감시키는 조치 없이 공격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을 강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아랍계 이스라엘인(20.6%)에선 낮았던 반면, 유대인 응답자들에선 87.2%로 매우 높았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투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유대인은 극소수(6.7%)에 불과했다.
이스라엘 국민의 상당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도 국가 안보를 위해 감수해야 할 대가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텔아비브대학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스라엘군이 과도한 화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국민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의 60%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 전쟁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답했고,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0%에 그쳤다.
강경 여론은 팔레스타인에서도 높아졌다.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가 지난달 22일부터 열흘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하마스 지지율은 전쟁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하마스 지지율은 여전히 50%를 밑돌았지만, 응답자의 70%는 무장 투쟁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시키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지지율이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서안지구에선 44%가, 가자지구에선 42%가 하마스를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9월 조사보다 각각 12%포인트,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대한 불신은 전쟁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의 88%가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의 퇴진을 원했고, 특히 서안지구에선 92%가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PA에 가자지구 전후 통치를 맡기려는 조 바이든 정부의 구상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서안지구에선 어린이 69명을 포함해 271명이 이스라엘군 등에 의해 살해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PA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데다 그간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누적되며 서안지구에선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급상승하고 있다.
서안지구의 집권당 정치인인 라에드 데비는 “특히 젊은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내 11세 조카도 아바스는 존경하지 않지만 하마스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를 우상으로 여긴다.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BBC에 말했다.
BBC는 하마스의 무자비한 전략으로 인해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인질 맞교환’으로 대거 풀려났고,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라는 대의도 다시 조명을 받은 점을 팔레스타인인 상당수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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