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적선이 아닌 기회를 원한다
[기고]
[기고] 아라팟 자말 | 유엔난민기구 글로벌 난민포럼 조정관
지난 2010년 대한민국에 도착한 순간 도르카스 은가룰라는 이곳이 자신이 살던 나라와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 목소리부터 서울 특유의 도시적인 냄새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약 14년이 지난 지금,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이 난민 여성은 한국에 사는 아프리카 이주민과 난민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와이즈여성협회 대표로서, 난민과 대한민국 지역사회의 문화적·지적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12월13~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글로벌 난민포럼의 목적 중 하나는 도르카스와 같은 난민과 이들을 포용해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난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포용성을 높이면, 자립하게 된 이들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4년에 한번 열리는 글로벌 난민포럼은 범지구적 화합의 순간이다. 이곳에서 각국은 실질적인 행동에 대한 공동의지를 표명해 심화되는 강제 실향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유엔난민기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억1400만명이 집을 잃었으며 이 중 3640만명이 국경을 넘은 난민이다. 난민 모두는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우리의 공동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 실향에 따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동행동과 책임분담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많은 난민을 오랜 기간 수용해온 나라들은 범지구적인 공익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한 인정과 이에 따른 각국의 연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난민포럼은 전세계 국가, 기업, 국제금융기관, 국제기구, 자선단체, 비정부기구, 시민단체, 대학, 종교단체와 학생 등 각계각층이 난민과 관련해 혁신적인 서약과 기여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자리다. 그 기여는 독자적으로 혹은 타 기관과 공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실향민과 수용국에 대한 재정적·물질적·기술적 지원, 재정착 및 제3국 입국을 위한 보충적 경로 지원, 근본적인 원인 해결책인 분쟁 예방과 출신국의 평화 구축을 위한 조치, 난민 포용과 보호의 촉진을 위한 정책 실현 및 새로운 계획의 개발, 관찰과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올해 글로벌 난민포럼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종교계, 난민 당사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서약을 했으며, 유엔난민기구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였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강제 실향민을 위한 비지정 공여금의 상당한 증액과 보충적 경로 기회의 확장을 약속했다. 국내 유수 대학 산하 5개 연구기관과 이민정책연구원은 난민과 무국적자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구축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와 주요 대형 로펌을 비롯한 법조계도 난민을 위한 공동의 책무를 약조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소속 7개 종단과 한국이슬람협회 지도자들 또한 최초로 참석해 난민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확산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난민 2명도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난민의 자립과 회복력 고취라는 포럼의 주요 정신을 널리 알렸다.
우리가 포럼에 모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모든 난민 아동이 학교에 갈 수 있고, 기후변화가 강제 실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또 분쟁 희생자인 난민이 새로운 사회에 기여하고, 나아가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 로힝야, 중앙아메리카, 소말리아, 남수단, 중앙아프리카 등지에서 장기화된 난민 상황을 각국이 주목해 혁신적이고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한다. 난민은 적선을 바라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원할 뿐이다.
“난민으로서의 삶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난민기구와 지난 9월에 만난 도르카스가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배울 수 있고, 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일을 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난민포럼을 통해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였기를, 그리고 계속해서 기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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