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DSR 우회 꼼수 적발… 가계대출 실적 반영에 과당경쟁까지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시 상품위원회 의결 없어
신용대출, 주담대 대환도 유인
금감원, 즉시 시정 조치
금융감독원이 은행 가계대출 현장점검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50년으로 늘리고, 신용대출을 주담대로 대환하도록 유인해 대출한도를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외형확대 위주의 내부 정책으로 가계대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이러한 문제를 즉시 시정하라고 지도하고, 제도상 보완장치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14일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6개 은행 부행장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22일 사이 8개 은행을 대상으로 1차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1일 사이 나머지 8개 은행을 대상으로 2차 점검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 결과 ▲가계대출 취급 운용·내부통제 미흡 ▲DSR 우회방법 영업수단 활용 ▲DSR 규제 예외대출 등 심사 미흡 등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은행권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하기 이전 대부분의 은행들이 내규상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최장 만기 확대는 DSR 한도를 증가시키는 중요 변경사항으로 내규상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의 사전 의결 대상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리스크·심사부서의 의견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영업부서 의견대로 진행하는 등 사전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다수 은행이 주담대 최장만기 변경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하면서 DSR 한도 확대가 가능함을 영업점에 안내하는 등 DSR 우회·회피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영업수단으로 활용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권은 신용대출을 주담대로 대환하도록 유인을 제공해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DSR 규제를 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할 뿐 생활자금용도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신용대출과 동일하다. 주담대는 신용대출에 비해 DSR 한도 산출 시 만기가 길어 DSR 한도가 최대 2.2배 증가한다. 은행은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만기가 길다는 점을 악용해 대환대출 신청 차주에 대해 신용대출 대신 주담대로 전환하도록 독려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규제 완화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DSR 심사를 생략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2019년 6월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도입 시 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을 신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으로 전환 유도하기 위해 잔액상품을 신잔액상품으로 대환 시 가계대출 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4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잔액상품이 아닌 상품(신잔액 코픽스, 은행채 연동 등)을 신잔액 상품으로 대환하는 경우에도 규제취지를 감안하지 않고 DSR 심사를 생략했다.
특수은행은 고DSR 비중 등 DSR 자율규제 특례를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은행은 정책적 목적으로 소득이 낮은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한 비주담대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고DSR(70% 이상) 대출 비중 자율규제 시 시중은행에 비해 완화된 특례를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일부 특수은행은 우수고객 및 공무원 대출 등을 DSR 70% 이상 취급 가능 별도 상품으로 지정하여 취급을 독려하는 등 정책취지 및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특례를 이용했다.
금감원은 핵심성과지표(KPI)에 대출실적을 연계하는 등 외형확대 위주의 대출 취급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하여 영업점 KPI에서 가계대출 실적항목을 제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가계대출 실적에 비례하는 KPI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했다.
금감원은 현장점검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즉시 시정하도록 지도했다. 향후 현장검사시 개선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제도상 보완장치도 마련해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현재 합리적 근거 없는 대출만기 장기 운영을 DSR 적용 회피 목적으로 간주해 금지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있다. 또 신잔액상품 대환 시 대출규제 예외 인정 종료, 특수은행에 대한 고 DSR 특례 개선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제도개선 추진 시 반영할 예정이다. 만기 등 DSR 한도 영향 요건 변경시 내부통제 절차 강화 및 영업수단 활용 자제, 가계대출 KPI 제외 등은 은행들의 자율개선을 유도하되, 내년 행정지도 시 주요 사례를 제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대출규제 준수,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 가계대출 취급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은행의 문제점 및 제도상의 미흡사항을 지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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