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7일 딸 질식사시킨 친모…'징역 12년→3년' 감형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생후 17일 된 여아 몸에 이불을 덮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의 형량이 2심에서 감형됐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여·20)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 살해)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고, 제1 예비적 죄로 같은 법상 아동학대치사, 제2 예비적 죄로 살인, 제3 예비적 죄로 영아 살해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아동을 폭행해 살해한 경우 살인죄에 해당할 뿐 아동학대 살해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점 △살해할 고의가 있었음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주위적 공소사실, 제2·3 예비적 공소사실은 무죄, 제1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친부는 A씨와 피해자를 방치한 채 군에 입대했고 불안감과 우울감 속에 피해자를 돌보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에 처한 상황을 인식한 후 사망을 막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A씨가 만 20세의 사회초년생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월2일 오전 10시40분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주거지 방에서 전날 퇴원해 침대 위에서 분유를 먹고 잠든 피해자를 폭행,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올해 1월16일생 여아인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두꺼운 겨울용 이불을 꺼내 겹겹이 접은 뒤, 얼굴 등 전신 위에 올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도록 압박했다. 피해자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그대로 잠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교제 중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남자친구는 A씨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군에 입대했다. A씨는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자 유산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산 직후 유산 시도 상황을 알게 된 병원 의료진은 아이의 건강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2주간 A씨와 피해 아동을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다. 먼저 퇴원한 A씨는 아이 퇴원 때까지 대구 베이비박스, 신생아 이불 질식사, 신생아 압사 등을 검색하는 등 이불을 덮어 질식시키는 방법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친부임에도 연락을 피하는 등 A씨와 피해자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한 친부의 잘못도 적지 않은 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양육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한 바 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