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장 옥석가리기…건설사·시행사 구조조정 시작되나

배규민 기자, 이소은 기자 2023. 12.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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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64조원 PF, 구조조정 시작된다②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 160조원이 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만기연장 중심으로 소극적 대응을 했던 금융당국도 '옥석가리기'로 돌아섰다. PF 구조조정은 금융회사 구조조정까지 동반한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 옥석 가리기를 강조하면서 건설업계에서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사업장이 한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40위권 내에 드는 중견사 부도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공포심리도 커진다.
'만기연장 불가' 통보 시작됐다…중견사도 부도 가능성 '벌벌'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 A 사업장은 최근 대주단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말 대주단과 협의했지만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해당 단지는 이미 입주민이 거주 중인 후분양 단지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분양률은 22.6%에 불과하다.

악성 미분양은 시행사·시공사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통상 도급 계약시 건설사는 책임 준공을 약속하는데 분양이 안 되면 공사비를 못 받더라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공사를 끝내야 한다. 이 사업장은 공사를 끝냈지만 미분양으로 대금 회수가 요원하다. 해당 사업장의 시공사인 B사는 이 사업장뿐 아니라 대구에서 공급하는 다른 2개 단지도 분양률이 20%대로 저조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B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사비 관련 자금 수요와 PF 우발채무 등으로 재무부담이 늘어서다. 공사원가 상승과 미분양사업장 관련 손실로 지난해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위권 내인 C사의 경우 워크아웃설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사는 사옥과 알짜 자회사 등 담보를 잡혀서 빌린 돈만 1조원이 넘는다"며 "부산 등 지방 개발사업 관련해 일부 프로젝트 관련 연간 금융비용만 4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대한건설협회 정기총회에서는 몇 개 업체가 실제 한계 상황까지 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내년 총선 이후에 금융권에서 PF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하면 무너지는 회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당겨지고 있다는 것.

이미 올들어 대창기업, 신일, 에이치엔아이엔씨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이달초 경남지역 8위인 남명건설이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해외공사나 공공공사 등 대형사처럼 사업구조가 다변화돼 있지 않고 주택사업에 집중된 중소·중견사의 경우 줄도산 우려가 제기된다. 한 중견사는 부동산 PF대출에 실패하면서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시공권을 대형사에 빼앗겼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는 책임준공 확약이 되면 발주처가 돈을 주지 않더라도 책임지고 완공시켜야 한다. 하청업체 등에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걸 못 막으면 1차 부도, 2차 부도까지 가고 결국 법정관리를 택한다"면서 "건설업 호황일 때 벌여 놓은 일들이 많은데 시장 침체와 고금리 직격타를 맞았다. 우량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망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부실화 차단을 위해서는 PF 옥석가리기는 필요하지만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하는 지역에서도 입지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부도가 목적이 아니라면 사이트별로 세세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신규 수주 불가, 인력도 줄인다"... 움츠리는 건설사
건설사들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큰 한파가 불 것으로 보고, 수주를 최소화 하고 몸을 최대한 움츠린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사도 예외도 아니다. 위기설 명단에 늘 이름이 오르는 D사는 내년에는 금융조달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현금보유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주는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형사의 계열사인 E사도 신규 수주보다는 기존 사업 현장 관리에 집중한다. E사는 올해도 신규 수주는 한 건도 하지 못했다. E사 관계자는 "이전에 수주한 사업장도 공사비가 올라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고 수익성도 악화했다"면서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는 신규 수주 보다는 기존 사업장이 멈추지 않는 것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시장 침체로 공사 현장이 줄어든 건설사들은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를 고민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을 취소하고 공사도 멈춘 곳은 인력 운용이 문제"라면서 "계약기간이 남은 직원에겐 무급 휴가를 주거나 휴직으로 돌리는 등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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