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시 의무에 ‘기후’도 들어갈까···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그린피스, 경제개혁연재, 플랜1.5 등 시민단체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이에 대한 대응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그린피스와 시민 167명이 낸 ‘기후 공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그린피스는 시민과 함께 지난 9월 ‘기후 공시’ 도입을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기업 공시를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서 ‘기후 공시’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지 않아서 투자자가 기업의 기후위기 때문에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 수 없어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 역할을 하지 않아 환경권을 제한한다고도 봤다.
헌재는 지난달 7일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그린피스 등의 헌법 소원을 각하했다. 헌법 소원은 ‘법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안이거나,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낼 수 있다. 청구인들은 2023년 한국에서 발생한 무더위, 홍수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했고 지난 8월 그린피스에서 청구인을 모집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했음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정부의 ‘기후 행동’을 압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지난 8월 5~22세 ‘미래세대’가 “주 정부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허가를 내줘 우리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 당했다”라고 주장하며 낸 소송에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연방 기후 보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정부의 목표가 ‘세대 간 불평등’을 일으킨다고 판단했다. 영국 그랜덤 기후환경연구소 등에서 낸 ‘기후 변화 소송의 세계 동향:2023 스냅숏’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지난 5월 기준 총 2341개의 기후변화 소송 중 50% 이상이 “기후 행동에 유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사법적 결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재 판결은 기계적 각하 판결”이라며 “해외에서 기후 소송 승소 판결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헌법 소원 청구인 중 한 명인 김은찬군(15)은 “중학교 3학년인 나는 2017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2017년에 왜 내지 않았냐고 하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현저히 부족해 많은 부분에서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기업이 사업 보고서에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후변화 관련 기회·위험의 내용과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을 밝혀서 공시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목표도 공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올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정보를 법정 공시하도록 하고, 거짓-부실 작성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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