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너무 힘든 시즌이었어요” 새신랑되는 이동준이 돌아본 험난했던 2023년
전북 현대 이동준(26)에게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한 해였다. 유럽 생활을 잠시 접고 국내로 돌아와 절치부심했지만, 쏟아지는 부상으로 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그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첫 골 포함 멀티골 활약을 펼쳤다. 곧 새신랑이 되는 이동준에게 있어서는 내년 시즌 활약을 기대케 하는 부활의 축포였다.
이동준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방콕 유나이티드(태국)와의 2023~2024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2골·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은 이동준의 활약을 앞세워 승점 12점으로 F조 2위를 차지, ACL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동준은 “내가 너무 많이 부족했던 시즌이었다. 팬들과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준은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31분과 33분 연거푸 골을 넣으며 전북의 막혀있던 혈을 뚫었다. 특히 후반 31분 넣은 골은 이동준이 이번 시즌 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 ACL을 통틀어 처음으로 기록한 공식전 첫 골이기도 했다.
이동준은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골을 넣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없었다면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다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며 “이번 시즌은 0점짜리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100점짜리 시즌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아이파크를 거쳐 울산 HD FC에서 뛰다가 지난해 1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 유럽 생활을 시작한 이동준은 독일 무대에서는 그리 빛을 보지 못했다. K리그에서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지만, 독일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국가대표팀과도 멀어져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친정팀 울산의 라이벌인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재기를 노렸던 그였지만, 울산과의 리그 개막전부터 부상을 당하면서 모든게 꼬이기 시작했다. 부상에서 돌아오려고 할 때 쯤이면 또 부상이 생겨 재활을 반복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당초 공격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이동준이 빠지면서 전북의 행보도 꼬이기 시작했고, 끝내 4위라는 전북답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라운드가 아닌 밖에서 지켜보는 날들이 많았던 이동준에게는 참기 힘든 나날들이었다. 이동준은 “정말 힘들었다. 개막전에 부상을 당해 빠져있을 때 팀이 많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미안했다”며 “시즌 첫 골을 넣고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골을 넣어 기쁜 것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어떤 비난을 받아도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준은 올해의 아픔을 내년에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동준은 “올해 겪은 일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 정말 독기를 품겠다”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이 많이 웃게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준은 오는 16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신부 박연정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이동준이 내년 시즌을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이동준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올해 내 곁에서 정말 많은 힘과 의지가 됐다. 너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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