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업비트 대박 노린다 … 토큰증권 플랫폼 선점 경쟁
토큰증권 시장 개막 앞두고
증권사들 새로운 사업 모델
'자체 거래 플랫폼' 구축나서
가상자산 선점한 두나무처럼
장외거래중개 통한 수익 기대
스타트업도 선두 쟁탈전 가세

가상자산 시장이 연말 고공행진하면서 내년 본격화될 토큰증권(STO)에 대한 관심도 치솟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를 발 빠르게 지원하면서 대박을 낸 두나무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토큰증권에서도 현 주식 시장처럼 장내 시장 거래에 대한 중개보다 별도의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자체 거래 플랫폼 구축 나서는 증권사
토큰증권은 코넥스 이후 10년 만에 등장하는 새로운 자산 투자 시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토큰증권 도입을 발표하면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중개업자를 각각 신설했다. 특히 장외거래중개업자가 추가되면서 한국거래소 중심의 장내 시장과 별도로 장외 시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이처럼 장내 시장과 장외 시장을 동시에 허용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따라서 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코넥스가 출범했을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사들이 장외거래중개업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식 매매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은 국내 증권사의 공통된 숙제다. 여기에 디지털,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매매 중개 일변도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투자 자산을 증권사가 직접 추가하거나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이 같은 증권사 사업 모델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이들이 참고하는 사례는 다름 아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다. 두나무는 가상자산이 각광받던 2017년 업비트를 출범시키면서 2021년 한 해 순이익 2조2342억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자체적인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높은 실적을 거둔 첫 번째 이유다. 장내 시장인 한국거래소와 투자자의 매매 중개 서비스만 제공하는 증권사는 추진할 수 없는 사업 모델이다.
토큰증권은 가상자산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과 기존 투자 시장의 증권을 결합함으로써 증권사에 자체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여기에 계좌관리기관 업무를 통해 기존 주식 시장에서 행해왔던 중개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토큰증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자체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비용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데다 기존 코스콤이 운영한 증권망과 유사한 거래 네트워크를 자체적으로 갖춰야 해 몇백억 원대 투자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투자를 결정한 곳은 하나증권이다. 지난달 초 정보통신 전문 기업인 아이티센과 INF컨설팅을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의 주 사업자로 선정했다. 계약 규모는 1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업으로 하나증권은 금융당국의 토큰증권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기반한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발행과 유통 시스템을 모두 만듦으로써 규제에 맞춰 분야별 사업에 모두 대응한다는 목표다.
다른 증권사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낸 데 이어 선정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관련 혁신금융서비스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인프라스트럭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은 신한투자증권과 손잡고 토큰증권 공동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도 토큰증권 쟁탈전 참전
증권사와 별개로 독자적인 장외 시장 구축에 나서는 스타트업도 있다. 국내 제1호 장외거래유통업자를 표방한 한국ST거래다. 증권서비스 전문기업인 이노솔트, 인프라 개발사인 에셋체인, 전자결제 회사인 갤럭시아머니트리 3사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JV)로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대표로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ST거래는 한국거래소와 별개로 토큰증권거래소를 독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체적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토큰증권 자산을 물색해 거래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필요한 투자자 보호 체계 확립과 관리 감독기관의 규제와 법안 대응을 병행한다. 한국ST거래의 외형은 과거 두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퓨처위즈는 과거 모바일 거래 시스템(MTS) 등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여러 솔루션을 개발·운영해왔다. 관련 노하우를 활용해 구축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바로 업비트다.
기존 혁신서비스 등을 통해 자체적인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스타트업도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4월 저작인접권 투자 상품이 증권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신규 투자 상품 출시가 중단됐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에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거래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큰증권에 신설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이용하면 조각투자 업체나 뮤직카우 같은 스타트업도 자체적으로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블록체인을 활용하기만 하면 증권사 등을 통해야만 가능했던 증권 발행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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