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미제 ‘국민은행 강도살인’ 범인 둘 무기징역[초점]
과학 수사 기법 발전으로 용의자 DNA 특정
재판서 서로 진술 엇갈려…재판부, 권총 발사는 '이승만' 판단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대전의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겨져있었던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진범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사건 발생 약 23년 만에 유죄를 확정받았다.
14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에서 각각 선고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승만과 이정학이 상고심에서 주장했던 상고 이유를 참작하더라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에서 이들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발생한 2001년 사건 발생 이후 약 21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가 막을 내렸다.
2001년 현금 3억원 가방 강취 사건…붙잡힌 3명 ‘증거불충분’
당시 이승만은 38구경 권총을 갖고 은행 출납 과장인 A씨에게 발사했으며 A씨는 사망했다. 이 틈을 타 이정학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범행에 사용한 그랜저XG에 실었다.
범행 후 300m가량 떨어진 서구 둔산동 소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이들은 다른 흰색 차량으로 바꿔 타고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약 2달 전인 10월 15일 대덕구 비래동의 한 골목길에서 혼자 순찰돌던 경찰관을 발견하고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경찰관이 갖고 있던 38구경을 탈취했다.
국민은행 강도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과 차량 9276대, 통신 자료 18만 2378건, 탐문 2만9269개소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2년 8월 제보를 입수한 경찰은 용의자 3명을 검거했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었다는 주장 등을 이유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용의자로 지목된 3명은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으며 이 사건은 21년 동안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수사 과정에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단 한 번도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적이 없었다.
과학 수사 기법 발전에 '실마리' 발견…용의자 DNA 발견
사건을 수사하던 중 2017년 10월 범행 현장에 있던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재의뢰했고 신원 미상인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해당 유전자가 2015년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답변을 받고 출입한 가능성이 있는 종업원과 손님 등 1만 5000여명에 대한 DNA 대조, 몽타주 비교 등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이정학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고 8월 25일 대전에서 이정학을 검거했으며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다른 용의자인 이승만을 강원도 정선에서 체포했다.
이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검거 5일 뒤인 8월 30일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열어 범행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발생,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상 공개 결정을 내렸다.
2001년 당시 기술력으로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과학 수사 기법 발전으로 DNA가 발견돼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이승만은 경찰 수사 당시 자신이 권총을 쐈다며 범행을 인정했으며 2003년 대전 중구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승만과 이정학, “내가 총 안 쐈다”…권총 발사 공방과 엇갈린 진술
1심 재판 과정에서 이승만은 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하거나 A씨에게 실탄을 쏴 제압한 사실이 없고 이정학과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모의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이정학은 이승만이 권총을 발사했다는 등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은 서로 상반되며 엇갈리기 시작했다.
증인 신문에서 이정학은 이승만이 권총 탈취 후 탄창을 열어 공포탄과 실탄 차이를 보여주며 설명했고 은행강도 범행을 위해 권총을 탈취한 것이 아닌 우연히 경찰을 발견해 즉흥적으로 탈취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승만은 권총을 탈취할 때 이정학이 경찰을 쫓아가 들이받으라는 말을 듣고 이를 실행에 옮겼으며 스스로 내려 권총을 챙겨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권총을 발사한 사람에 대해 서로가 쐈다는 상반된 진술을 했으며 빼앗은 돈을 어떻게 나눴는지에 대해서도 진술이 엇갈렸다. 이정학은 이승만이 훔친 돈 3억원 중 9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으나 이승만은 가방을 숨기는 과정에서 2000만원이 사라졌고 나머지 2억8000만원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비슷한 시기에 이승만 계좌에서 총 2억1000만원이 사용돼 이정학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승만은 검찰이 주장하는 차량 구매에 사용된 돈은 2003년 밀라노21 지하 주차장에서 훔친 돈으로 구매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16일 진행된 이들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은 돈을 노리고 아무런 잘못 없는 두 자녀를 두고 있던 가장인 피해자를 살해하고 범행을 위해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아 권총을 탈취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승만에게는 사형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등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을 심리했던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이승만은 주도적으로 전반적인 범행을 추진하고 강도 목적으로 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총을 발사한 사람에 대해 이정학은 과거 범죄 전력 등으로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쳐 상대적으로 총기 사용에 익숙하며 실탄 사격 경험도 있어 이승만이 권총을 쐈다고 판단했다.
특히 양손으로 권총을 감싸 피해자를 겨눴다는 목격자 진술과 탄환이 피해자 몸통 옆과 허벅지 등을 관통한 점을 고려하면 정확한 조준을 위해서는 상당한 권총 사용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이승만은 실제로 자신이 권총을 쏘지 않았고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도 이승만과 이정학은 모두 자신이 발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강도살인죄 경우 법정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임에도 1심에서 이정학에게 유기징역인 징역 20년이 선고됐고 감경할 경우 7~15년의 형이 선고돼야 하는데 법률적으로 잘못된 선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심 구형량과 같은 이승만에게는 사형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선고 당시 “강도살인죄는 사형과 무기징역만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어 감경하도라도 법률상 징역 7~15년 이하의 징역형을 정해야 함에도 유기징역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라며 “이정학의 경우 다시 살펴보면 불리한 정상이 유리한 정상을 압도해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1심 판단과 같이 이승만이 권총으로 관계자를 제압하고 A씨에게 발사했다고 인정하며 1심에서 선고된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이들은 대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상고를 제기했고 이를 심리한 대법원 재판부는 이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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