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지주사는 옛말'…각종 이슈 속 요동치는 주가(종합)
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LS, 2차전지 열풍 타고 초강세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그동안 주식투자자 사이에서 사업 자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지주사 종목들이 올 한 해 각종 이슈 속에 요란한 주가 흐름을 보여 눈길을 끈다.
통상 지주사 종목은 주가 흐름도 비교적 밋밋한 데다 복잡한 사업·지배구조 탓에,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대비 투자 선호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 행동주의 펀드 개입, 2차전지 열풍 등으로 지주사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 내 주목도가 높아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관심이 집중된 대표적인 지주사는 단연 한국앤컴퍼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차녀인 조희원 씨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난 5일부터 공개매수를 개시, 조현범 현 회장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하자 이 틈에 주가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가 유입하면서 주가는 지난 7일 2만3천75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올해 주가가 1만300원(8월 25일 기준)까지 내려갔던 것을 감안하면 곱절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연중 최고치 1만5천850원·최저치 1만1천400원)나 지난 2021년(연중 최고치 2만3천400원·최저치 1만4천150원)보다 주가 등락 범위가 확연히 커졌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외국 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를 내면서 주가가 올랐다.
삼성물산의 지분 0.62%를 보유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은 지난 6일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간에 약 33조원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자사주 매입·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을 요구했다.
이어 이번에는 삼성물산 지분 1억 달러(약 1천296억원) 규모를 보유한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며 비공개 협의를 통해 명확한 자본배분계획 시행을 압박한 사실이 이날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잇단 개입에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날 장중 12만9천800원까지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장중 13만5천원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운 상태다.
앞서 LG도 경영권 이슈와 행동주의 펀드 개입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선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전해지자 일각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를 자극했다.
이어 지난 4월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LLP(실체스터)가 LG 지분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하자, 적극적인 주주 활동 기대감이 겹치며 주가가 52주 신고가인 9만8천원(4월 12일 기준)까지 올랐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지주사는 역시 2차전지 관련 종목이다.
2차전지 열풍을 타고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 격인 에코프로는 올해 초 10만5천6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7월 26일에는 153만9천원까지 15배가량 치솟았고, POSCO홀딩스도 연초 26만5천500원에서 76만4천원(7월 26일 기준)까지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당시 에코프로·포스코그룹에 이어 새로운 2차전지 수혜주 발굴에 열을 올리던 매수세가 LS그룹으로 옮겨붙으면서, LS 역시 같은 시기에 15만1천300원(7월 26일 기준)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되면서 삼성·한화·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따라서 당분간 지주사의 자체 사업과 비상장 자회사 가치가 지주사 종목 주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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