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0.7’마저 무너지는 출생률···정부 대책은 있나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을 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내년 0.7명 밑으로 내려간다.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으로 더 떨어진다. 이듬해인 2025년에는 0.65명으로 최저점을 다시 찍는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중심으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추락하는 출생률에 제동을 못 걸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부모급여’를 비롯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여럿 포함했다. 지난 2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로 나오자 윤 대통령은 저고위에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28일 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7년 만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저고위 회의’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었으나 ‘특단의 대책’이라 평가할 만한 정책은 담기지 않았다.
현 정부들어 나온 대표적인 정책은 부모급여다. 과거 양육수당을 인상한 것으로 올해부터 지급됐다. 올해 만 0세는 월 70만원, 만 1세는 35만원을 받는다. 내년에는 급여액이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인상된다.
‘3·28 저출생 대책’들은 주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저고위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돌봄과 교육 1조3000억원, 일·육아 병행 지원 2조2000억원, 주거지원 9조원, 양육비용 부담 경감 2조9000억원, 임신·출산 지원 504억원이 편성됐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본인부담금 10%를 정부가 추가 지원하고 지원가구도 8만5000가구에서 11만 가구로 확대한다.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육아휴직 급여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적용되는 자녀연령(만 8세, 초1→만 12세, 초6)과 사용 기간, 지급액을 모두 확대한다.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가구에는 주택구매 자금대출 소득 기준을 7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까지 완화하고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에게 검진 비용, 냉동난자 사용 보조생식술 비용 등을 새롭게 지원한다.
개별 정책들의 효과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여러 조사에서 ‘정책 효과가 클 것’으로 꼽히는 정책은 육아휴직·육아기 단축근무 제도 등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이다. 그런데 이 제도들은 기업 규모, 노동자의 지위, 조직 문화 등에 따라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실질 육아휴직 사용기간은 10.3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61.4주)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 저고위 관련 토론회나 내부 회의에서 육아휴직 이용률 제고 방안으로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안’이나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안’이 언급됐다. 그러나 고용보험 재정 문제나 이용자가 생계 유지를 위해 육아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위원회’인 저고위가 정책을 만들고 부처에 제안할 수는 있지만 이를 실행할 권한은 없다는 한계도 있다.
홍석철 저고위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기자와 통화에서 “여러 의견 수렴을 해보니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관계부처도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법 개정이나 재정 확보가 필요한 분이 있어서 가능한 정책들이 빨리 발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 상임위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0.723명’까지 떨어지만 내년엔 ‘0.79명’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홍 상임위원은 올해 혼인건수가 작년보다 2.9% 늘어난 19만7000건으로 예상되는 점을 근거로 이같이 예측했다.
개별적으로는 임신·출산·양육 지원 정책을 추진하되 근본적으로는 사회·경제적 제반 환경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저고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월 전국 만 18~7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5.5%가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40.0%),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26.9%) 순으로 높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81.0%)은 결혼제도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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