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재계약 이유' 증명한 황희찬 → 역경 딛고 울버햄튼과 2028년까지 동행...주급도 '3배' 파격 인상
[스포티비뉴스 = 장하준 기자] 황희찬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스스로 증명한 결과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이탈리아의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14일(한국시간) “울버햄튼과 황희찬이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기간은 2028년 6월까지다. 계약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황희찬은 팀 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울버햄튼에서 가장 높은 주급을 받고 있는 선수는 파블로 사라비아다. 사라비아는 현재 9만 파운드(약 1억 4,743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황희찬의 현 주급은 3만 파운드(약 4,914만 원)정도다. 하지만 재계약을 체결하며 연봉이 무려 3배나 뛰었다. 황희찬이 받게 되는 연봉은 사라비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울버햄튼이 황희찬에게 재계약을 제시할 이유는 충분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모든 대회 9골과 2개의 도움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또한 현재 리그 8골로 도미닉 솔랑케(본머스), 올리 왓킨스(아스톤 빌라) 등과 리그 득점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사실상 황희찬이 스스로 증명한 결과다. 황희찬은 2021년 울버햄튼에 입단했다. 첫 시즌에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주전과 교체를 넘나들었다. 지난 시즌 초반부터는 브루노 라즈 감독의 외면을 받으며 후보로 밀렸다. 후반전 중반에야 교체 투입됐기 때문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터닝 포인트는 작년 11월에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6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황희찬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고,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역전 골을 넣었다. 한국은 황희찬의 득점으로 2-1 승리를 거뒀으며, 우루과이를 제치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를 울버햄튼의 훌렌 로페테기 신임 감독이 지켜봤다. 라즈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직전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울버햄튼은 후임으로 로페테기 감독을 낙점했다. 이후 황희찬은 월드컵에서 복귀했고, 로페테기 감독은 황희찬을 적극 기용했다. 하지만 경기력이 올라올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황희찬은 지난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로페테기 감독이 울버햄튼 수뇌부와 불화를 일으키며 경질됐다. 자연스레 시즌 개막 직전 게리 오닐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고, 은사를 잃은 황희찬은 다시 주전 경쟁을 걱정해야 했다.
지난 8월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교체 투입된 후, 팀이 0-4로 끌려가고 있을 때 만회골로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울버햄튼의 이번 시즌 리그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 첫 골로 게리 오닐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황희찬은 이어진 3라운드 에버튼전에서 부상이 의심되며 전반 45분만을 소화한 뒤, 교체로 물러났다. 활약이 시작되려 하던 도중, 또 부상을 당하며 황희찬은 지난 시즌의 악몽을 반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0분 귀중한 동점 골을 터트렸다. 이 득점을 시작으로 황희찬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황희찬은 5라운드에서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7분 만에 페드로 네투의 패스를 받아 2경기 연속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6라운드 루턴 타운전에선 한숨을 돌린 뒤, 2023-24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 입스위치 타운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이상한 징크스에 빠져 있었다. 바로 ‘황희찬 득점 징크스’였다. 황희찬이 득점할 때마다, 울버햄튼은 매 경기에서 패했다. 브라이튼전을 시작으로 팰리스전에 패했고, 리버풀전에서는 황희찬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3으로 역전패했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입스위치 타운을 상대로는 2-3으로 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던 중, 드디어 황희찬의 결승 골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황희찬과 울버햄튼은 7라운드에서 당시 무패 행진을 달리던 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를 마주했다. 전력상 맨시티의 우세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로드리와 케빈 데 브라위너가 빠진 맨시티는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울버햄튼은 전반 13분 후뱅 디아스의 선제 골로 앞서갔다. 후반 13분에는 훌리안 알바레즈의 환상적인 프리킥을 막지 못하며 실점을 내줬다.
여기서 후반 21분 황희찬이 앞서가는 득점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맨시티가 잘 막아냈지만 마테우스 쿠냐가 세컨드 볼을 다시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침착하게 맨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활약에 힘입어 맨시티에 2-1 승리를 거뒀다. 반면 맨시티는 리그 첫 패를 당했다.
황희찬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계속됐다. 이번엔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무려 공식전 3경기 연속 골이었다. 울버햄튼은 비록 이날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지만, 황희찬만큼은 밝게 빛났다.
황희찬은 9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울버햄튼이 1-1로 맞서던 후반 43분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사샤 칼라이지치에게 침투 패스를 건넸다. 칼라이지치는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가르며 극적인 2-1 승리를 완성했다.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황희찬은 두 팀이 1-1로 맞서던 전반 추가시간, 박스 안에서 파비앙 셰어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곧바로 뉴캐슬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후 테일러 주심의 이 판정은 오심으로 확인됐지만, 뉴캐슬은 칼럼 윌슨의 페널티킥 골로 리드를 잡았다.
본의 아니게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황희찬이었지만,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6분 박스 안에서 토티 고메스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뉴캐슬의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의 침착성이 돋보인 환상적인 골이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동점 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후 황희찬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1개의 도움을 더 추가했다. 현재까지 황희찬의 이번 시즌 기록은 7골 2도움이다. 이중 리그 득점은 6골이며, 황희찬은 니콜라스 잭슨, 도미닉 솔란케, 브라이언 음뵈모, 알렉산드르 이사크, 올리 왓킨스와 함께 리그 득점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리그 8골로 득점 공동 3위에 올라있는 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득점 10위권 내에 대한민국 선수 2명이 이름을 올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어서 황희찬은 울버햄튼 10월의 선수가 됐다. 최근 황희찬은 페드로 네투, 크레익 도슨과 함께 울버햄튼 10월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45%의 득표율을 보이며 2% 차이로 네투를 제치고 10월의 선수를 차지하는 경사를 맞이했다.
싱가포르와 중국을 상대로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돌아온 황희찬은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풀럼전에서 또 득점했다. 페널티킥 득점으로 풀럼의 골망을 가르는 데 성공했지만, 울버햄튼의 수비진이 야속했다. 울버햄튼은 페널티킥 실점을 2개나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엔 지난 6일에 있었던 번리전에서 선제 결승 골을 넣었다. 쿠냐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고 정확하게 번리의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득점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황희찬은 앞선 두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완벽히 부활에 성공했다. 오랫동안 발목을 잡았던 부상도 사라지며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이다.
이에 울버햄튼의 재계약 제안이 들어왔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스날이 황희찬에게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울버햄튼은 아스날 이적설 차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적설 당시 아스날은 새로운 최전방 공격수가 절실히 필요했다. 가브리엘 제주스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에디 은케티아는 성장세가 더디다. 덕분에 최전방 고민을 해결해줄 스트라이커가 필요해졌고, 아이반 토니와 두산 블라호비치 등 걸출한 최전방 공격수들과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황희찬은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소화할 수 있긴 하지만, 주요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다. 아스날에 입단한다 하더라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될 시 지금의 파괴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
또한 아스날에는 이미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부카요 사카, 레안드로 트로사르 등 입지가 단단한 측면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울버햄튼과 재계약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결국 황희찬은 울버햄튼과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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