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우회꼼수'로 영업한 은행들…금감원, 즉시 시정요구
50년 만기 주담대 등으로 DSR 규제 우회…영업수단으로 활용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은행권 가계대출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꼼수'를 적극적인 영업수단으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4일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16개 주요 은행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전달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금감원은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그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등이 지목되자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 8월24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와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점검 결과 주담대 최장만기 확대와 신용대출의 주담대 대환 유도 등을 통해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DSR 규제 우회 꼼수와 가계대출실적을 인사·보상과 연계하는 등 외형확대 위주의 대출 취급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담대 최장만기 확대는 DSR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경사항이어서 내규상 상품위원회 등의 사전 의결이 필요한데도 대부분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에서 위원회 심사를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리스크·심사부서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금리 리스크 확대 등의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영업부서 의견대로 진행되는 등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 등으로 대출 기간을 늘리면 매년 갚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DSR 규제 하에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은행으로서는 고객에게 더 많은 대출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수 은행들은 주담대 최장만기를 50년으로 늘린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하면서 최장만기 변경으로 DSR 한도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영업점에 안내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우회·회피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은행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영업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은행들은 일선 영업점이 가계대출 확대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핵심성과지표(KPI)도 설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이나 성과급 책정에 반영되는 KPI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해 영업점 KPI에서 가계대출 실적항목을 제외토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가계대출 실적에 비례하는 KPI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인사 및 보상과 연계해 가계대출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리스크 및 자본관리계획 관리도 미흡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지난 6~7월에 이미 가계대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했는데도 초과 사유에 대한 검토와 경영계획의 이사회 수정 보고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7월 주담대 내부자본이 기존에 설정한 연간 내부자본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수익성과 건전성 등을 감안한 종합적 검토 없이 신용대출에 할당된 내부자본을 감액하고 주담대 내부자본을 과도하게 증액한 사례도 확인됐다.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할 경우 적용만기 차이로 인해 DSR 한도가 확대된다는 점을 영업수단으로 사용한 은행들도 있었다.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할 뿐 생활자금용도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신용대출과 동일하다. 다만 신용대출에 비해 DSR 한도 산출시 만기가 길어 DSR 한도가 최대 2.2배 증가한다.
은행들은 이같은 점을 악용해 대환대출을 신청하는 차주에 대해 신용대출 대신 주담대로 전환하도록 독려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일부 특수·지방은행에서 우수고객이나 공무원 등에 대한 우량 가계대출 취급시 DSR 70%를 초과하는 고(高) DSR로 취급할 것을 독려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수·지방은행은 고DSR 대출이 많은 농·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비(非)주담대 취급이 많다는 특성을 고려해 신규취급액에서 고DSR 대출이 하지하는 비중에 대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도입 후 4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신잔액상품으로 대환하는 경우 DSR 심사를 생략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DSR 산출 대상이 아니더라도 모든 가계대출 취급시에는 소득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데도 다수 은행이 전세대출을 비롯해 DSR 규제에서 예외가 인정되는 대출은 소득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등 상환능력 심사를 소홀히 했다.
일부 은행은 비대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평가방법상의 문제로 소득 및 담보가치가 과대평가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와 관련해 은행들에게 주요 문제점에 대한 즉시 시정을 요구하고 향후 현장검사시 개선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제도상 보완장치도 마련 중으로 합리적 근거없이 대출만기를 과도하게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DSR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주해 금지할 예정이다.
신잔액 코픽스 상품 대환시 대출규제 예외인정 종료, 특수은행에 대한 고DSR 특례 개선 등도 금융위와 협의해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DSR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담대 최장만기 변경시 내부통제 강화와 영업수단 활용 자제, 가계대출 실적의 KPI 제외 등은 은행권의 자율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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