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지환이 밝힌 ‘나의 유격수 성장&성공기’

안승호 기자 2023. 12. 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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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LG 오지환은 지난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또 굳이 수상 이력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리그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오지환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선수 인생 전환점 하나도 만들었다. 주장으로 29년 만에 LG를 우승으로 이끈 데다 한국시리즈 MVP까지 수상하며 팀 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겼다.

오지환이 오프시즌 각종 인터뷰를 비롯해 바쁜 일정을 보내는 가운데 ‘유격수 여정’ 하나만을 놓고 마음에 담아뒀던 얘기를 털어놨다. 14일 공개된 스포츠경향 야구 전문 채널 ‘최강볼펜’에 출연해 ‘유격수 오지환’에 관한 스토리를 풀어놨다.

오지환이 유격수로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선 것은 적어도 7~8년 전이다.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뒤 몇 년간 고전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폭넓은 수비 범위에 안정감까지 보였다. 2016년에는 20홈런을 때리면서 OPS 0.881로 공격력에서도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오지환은 리그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유격수가 됐다고 느낀 시점을 묻는 질문에 “2019년, 2020년에야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1000경기 정도(10년차)가 넘어간 시점이다. 그 즈음부터 ‘몸이 반응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풍파 많았던 팀 사정 때문에 지도자도 여럿 만났다. 오지환은 그런 과정의 아픔을 되새기면서도 덕분에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았다고 돌아보며 감사함을 나타냈다. “대부분이 또 감독님도 하셨다. 류지현 감독님, 이동욱 감독님, 염경엽 감독님, 류중일 감독님까지 ‘유격수 출신분’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유격수로 누구보다 다양한 방법의 훈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격수로 성장하는 데는 ‘왕도’가 없다는 게 오지환의 생각이다. 오지환은 후배들에게 소개해줄 훈련법을 묻자 “제 개인적으로는 ‘훈련량’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펑고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그 다음 단계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얘기했다. “어떻게 (타구를) 받느냐,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 그에 따라 조금이라도 타구 처리를 빨리할 수 있을지 가려진다”며 “예컨대 타자 주자 주력에 따라 설정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한발 두발로 결과가 달라지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실력도) 늘게 된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훈련에 따라 몸이 만들어지고 상황별 설정이 가능해지면 그 다음 단계로 경기 ‘플랜’이 생긴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 타구마다의 ‘실행’만 하면 되는데 그야말로 몸이 반응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오지환은 어느 때보다 풍성해진 리그 유격수 자원에 대해 거론하면서 “나는 조금 오래 걸린 편이지만 이미 누구든 국가대표를 해도 될 정도로 잘하고 있다”며 KIA 박찬호, SSG 박성한, NC 김주원, 삼성 이재현 등을 한 명 한 명 거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나도 놓치지 않고 싶을 만큼 경쟁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줄곧 겸손함을 유지하던 오지환이 자부심을 살짝 드러낸 대목도 있었다. 오지환은 올해 월드시리즈 MVP로 같은 유격수인 코리 시거(텍사스)에 비해 자신이 조금 더 나은 게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감각”이라고 답했다. 임기응변. 즉 ‘반사신경’에 관한 얘기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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