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았던 제임스, 30점 폭격한 웸반야마···불발된 킹과 외계인의 대결, 16일 다시 한 번 찬스가 온다
스포츠 팬들에게 있어 전설적인 선수와 그 자리를 노리는 신성의 맞대결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난 여름 윔블던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하는 장면은 새로운 황제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일대 사건과도 같았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킬리안 음바페가 이끄는 프랑스를 누르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해 왕좌를 더욱 굳건하게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황제’ 마이클 조던에 비견될 수 있는 선수를 한 명 고르라면 ‘킹’ 르브론 제임스(39·LA레이커스) 말고는 답이 없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지명된 뒤 무수한 우승과 업적을 쌓았고 남들은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불혹을 앞둔 나이에 젊은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21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제임스는 지난 시즌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카림 압둘-자바의 통산 득점 기록을 경신했고, 이번 시즌에는 전무후무한 통산 4만 득점에 도전하고 있다.
제임스가 드래프트에 나왔던 2003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6월, NBA는 제임스의 뒤를 이를 괴물 신인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신인드래프트 이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프랑스 출신의 빅터 웸반야마(19·샌안토니오)는 ‘제임스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지명을 받았다. 224㎝의 신장, 243.8㎝에 달하는 윙스팬 등 축복받은 신체 조건에 장신답지 않게 준수한 볼핸들링과 3점슛, 돌파 등 막강한 운동능력으로 무장한 웸반야마를 두고 제임스의 데뷔 시즌과 꾸준히 비교하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임스도 웸반야마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원래 웸반야마는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 담긴 ‘유니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런데 제임스가 지난해 10월 “우리는 유니콘처럼 라벨을 붙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모두가 유니콘이었다는 뜻이다. 내가 봤을 때 웸반야마는 외계인에 가깝다. 누구도 그만큼 키가 큰 사람이 바닥에 있는 것만큼 유연하고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준 적 없다”고 한 뒤로는 ‘외계인’으로 불리고 있다. 웸반야마도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더 선호한다고 화답했고, 신인드래프트에서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녹색 수트를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전력이 약한 샌안토니오는 서부콘퍼런스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그 와중에 웸반야마는 벌써 팀의 에이스가 돼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다. 평균 19.3점·10.7리바운드에 블록슛에서는 3.0개로 전체 2위에 올라있다. 팀내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1위를 달리며 중고 신인인 쳇 홈그렌(오클라호마시티)과 신인왕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14일 미국 샌안토니오의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열린 2023~2024 NBA 샌안토니오와 레이커스의 경기는 제임스와 웸반야마, NBA의 전설과 떠오르는 신성의 첫 대결로 농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다만,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날 제임스와 웸반야마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전날 댈러스 매버릭스와 경기를 하고 휴식일 없이 샌안토니오전을 맞았다. 댈러스전에서 40분이나 뛴 제임스는 왼쪽 종아리에 가벼운 통증을 느낀데다 백투백 일정에 따른 체력 관리 차원에서 샌안토니오전에 결장했다.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선 웸반야마는 팀이 119-122로 패한 가운데에서도 30점·13리바운드·6블록슛으로 활약했고, 제임스는 사복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웸반야마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팬들에게 다행인 것은 이틀 후인 16일, 같은 장소에서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가 또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 경기에는 제임스도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날짜만 연기됐을 뿐, 팬들은 여전히 킹과 외계인의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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