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격차 해소? 한국 여자골프에 답 있다"는 IMF 총재
퇴직금 30% 줄여 노동시장 유연화해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 "더 많은 여성을 일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소득을 높이고 기업을 강하게 만든다"며 "일하는 여성의 자녀보육을 돕고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여자골프와 박세리 전 선수의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 성별 격차 선진국 중 최고 수준"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불가리아 출신으로 지난 2019년 IMF 총재가 됐다. 전임자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현 유럽중앙은행 총재)에 이어 IMF 역사상 두번째 여성 총재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이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였지만 부족하다고 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달말 기준 56.0%다. 2021년 53.6%, 2022년 55.1%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국 대비로는 낮은 편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 여성은 남성에 비해 31% 적은 임금을 받는 등 성별 격차가 선진국 중 가장 큰 편"이라며 "(여성이 가사 및 자녀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지는) 사회적 관습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해법을 언급하면서 골프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세계 100대 여성 골프 선수 중 33명이 한국 여성"이라며 "한국의 여자골프에서 (여성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 여자 골프가 잘하게 된 이유로 '여성들의 노력'과 '기업의 재능있는 골프선수 육성'을 꼽았다. 개인의 노력과 함께 기업 또는 정부의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기혼 여성이 고임금 부문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경력 유지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노동시장은 유연화해야한다고 봤다. 핀란드와 스웨덴과 같은 '탄력 근무제'가 더 확대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용과 해고 비용을 낮춰야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IMF의 연구에 따르면 퇴직금을 30% 줄일 경우 여성 고용이 1% 늘어난다"고 말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육아 부담을 분담하고, 연공서열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이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여성의 참여 확대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이 성별 격차를 주요국 수준으로 낮출 경우 1인당 소득이 18% 증가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며 "국가와 기업의 (격차 해소) 노력이 엄청난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강연을 마치면서 다시 골프 얘기로 돌아갔다. 이번엔 박세리 선수 얘기였다. 그는 "박세리 선수는 25년 전 미국 여자오픈에서 모두가 절망적인 위치에 공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 불가능한 샷을 성공시켰다"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발전이 왜 이렇게 느리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영경 금통위원 "성별 격차 축소가 잠재성장률 높인다"
이날 포럼에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서영경 금융통화위원, 이복실 롯데카드 ESG위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참여했다. 서 위원은 "성별 격차 축소는 저출산 개선과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격차 축소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공보육시설 확충, 유연근무제 확대 등 보육환경 개선, 기업에서의 공정한 기회 제공, 여성 자신의 경력구축 노력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명순 행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별 격차 보고서(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별 격차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가 번영하려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재능을 활용하는 양성평등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내 1000대 기업 CEO중 여성은 단 2.4%"라며 "이중 창업자와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는 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복실 위원장은 "최근 여성이사의무화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사외이사는 늘었지만 사내이사는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도 참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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