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팔더니 이차전지 상투…베뉴지 손실에 뿔난 슈퍼개미 "주주 뭉치자"

김건우 기자 2023. 12. 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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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로 불리는 배진한 노블리제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 베뉴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감사 선임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고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주주들 제안한 감사가 선임된 후 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이 뭉쳐 성공할지 주목된다.

베뉴지는 오는 22일 임시주총을 열고 △감사위원회 설치 변경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상정한다. 배 대표와 사측이 각각 이사 후보를 공개하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시작했다.

배 대표는 '반찬가게'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슈퍼개미다. 2006년부터 온오프라인 반찬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주식 투자를 했고, 대동금속, 대륙제관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뒤 상당한 자산을 일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 대표는 베뉴지의 지분 9.04%(435만8875주)를 갖고 있다.

1979년 설립된 베뉴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그랜드 백화점, 베뉴지 호텔, 베뉴지 CC 등을 운영하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같은 기간 74.4% 줄었다. 최대 주주 지분율은 김만진 회장과 특별관계자가 45.36%(2186만4887주)를 갖고 있다.

배 대표의 주주 제안은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3월 주당 50원의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200만주 소각 권고를 주주 제안했지만,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최대 주주와 지분율 격차가 큰 당연한 결과였다.

배 대표가 다시 한번 주주제안을 한 것은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주주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주주총회 참석 및 의결권 위임을 부탁했다.

베뉴지 저평가는 회사의 낮은 투명성 때문, 경영진 견제 장치 있어야

배 대표는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취지에서 "베뉴지는 본질 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부적 요인으로 회사의 투명성이 낮다는 인식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고, 성장성과 이익률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경영진의 무지한 투자로 많은 현금성 자산을 상장주식에 투자하여 영업상황 호조에도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손해 보고 팔고 이차전지 주식을 최고점에 사서 주주들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 이익이 났을 때는 주주들의 배당 확대 또는 자기주식 소각 등의 환원 요청에는 단 한 번도 응해주지 않고 있다"며 "경영진 측 대변인을 감사로 두면 회사가 제대로 된 견제와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임시주총 소집을 회사에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뉴지는 3분기 말 유동자산 1219억원 가운데 51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37만주를 장내 매도한 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셜 등을 장내 매수해 화제가 됐다. 매수가 기준 현재 최대 45%의 손실을 보고 있다.

배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상장사의 자산은 김만진 회장 개인이 아니라 주주들의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독립적인 결정을 하는데, 베뉴지는 아무런 투자철학과 기준 없이 무분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사회적으로 신뢰가 있고 회계적으로 능통한 감사를 선임한 뒤 최대 주주의 경영 전횡을 제한하고 소액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 투자 외에 자회사 경영까지 세밀하게 검토해 주주 친화 기업으로 변모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베뉴지CC
베뉴지CC 3Q 순손실 53억원, 사측 감사위원 후보 75~76세

배 대표는 경기도 가평의 27홀 규모의 골프장 베뉴지 CC를 운영하는 부국관광을 예로 들었다. 베뉴지는 부국관광의 지분 48.6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부국관광은 지난해 매출액 198억원, 당기순이익 74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3분기 말 기준 매출액 118억원, 순손실 53억원을 기록 중이다"라며 "베뉴지가 자회사가 투명하게 자금을 운용하도록 감시한다면 배당 확대 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3%룰' 때문에 주주들이 지지해준다면 표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의 위원을 선임할 때는 3%룰 적용 범위를 특수관계인 '전체'에서 '개별'로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김만진 회장 측은 개인과 법인 등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총 14.42%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배 대표는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5.6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는 3분기말 기준 3905명이 34.68%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위임만 받아도 충분히 표 대결을 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배 대표는 "감사 위원과 감사는 40~50대의 4대 회계법인 근무 이력이 있는 후보들을 추천했다"며 "반면 사측이 제안한 만 76~77세의 감사 위원 후보들이 선임된 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이사선임에 분리선출 1명만 하고 나머지는 회사 측 사외이사로 감사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회사 측에서 감사위원을 차지해서 독단적인 경영을 하기 쉬워졌다"며 "주주들이 힘을 합쳐 올바른 목소리를 낼 때"라고 덧붙였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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