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녹아들어 알리는 ‘한글의 세계화’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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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에 새로운 박물관이 하나 생겼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다.
그럼에도 인천 송도가 세계문자박물관 유치에 성공한 것은 '한글'보다 '세계'에 방점이 찍힌 결과였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센트럴파크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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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보다 ‘세계’에 방점 찍고 박물관 유치해 내
(시사저널=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인천 송도에 새로운 박물관이 하나 생겼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다. 무려 9개 시도가 이 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경기도 여주시와 세종시도 마지막까지 고려된 후보지였는데, 두 지역 모두 세종대왕과의 연을 강조했다. 한편 인천이 내세웠던 것은 '국제도시'로서 면모였다. 인천공항과 가깝고 일찍이 각종 글로벌 거점들을 유치해 왔다는 점이 박물관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제시한 평가항목들에 적절히 부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세계문자박물관의 조성 목표는 한글의 세계화였다. 한글의 독창성,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린다는 취지다. 대부분의 후보지에서 한글과 세종대왕이 어떤 지역적 연관성을 가지는지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여주시에는 세종대왕 능이 있고, 세종시는 도시 이름이 세종대왕에서 유래했다는 식이다. 그 외 1차 후보지역들 역시 우리나라 문자 역사에 기여한 단편들을 피력했고, 인천이 크게 특출난 면은 없었다. 그럼에도 인천 송도가 세계문자박물관 유치에 성공한 것은 '한글'보다 '세계'에 방점이 찍힌 결과였다.
환경성과 접근성까지 꼼꼼히 따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센트럴파크에 자리를 잡았다. 무려 950억원에 달한 사업비 대부분을 건축비로 사용할 만큼 공간 조성에 공을 들였다. 심사 과정에서 '환경성'과 '접근성'이 '역사적 연계성'만큼이나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던 것에 비추어 봐도, 이번 박물관에 기대하는 역할이 소장품 관리와 전시 그 이상의 무엇임을 알 수 있다.
화려한 곡선으로 공원 한 켠을 수놓고 있는 박물관의 풍경은 퍽 인상적이다. 먼 옛날 글자를 기록하던 두루마리 종이에서 모티브를 딴 디자인이라고 한다. 지하에 1층, 지상에 2층을 갖추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 정도 규모인지 잘 실감되지 않는다. 상설전시관을 지하에 배치하고 나지막한 건물 상부에는 잔디를 깔아 주변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든 덕분이다. 그렇게 완성된 박물관 외관은 공원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공원에 전시된 공공미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장품 외에 건축에도 차별화된 스토리 담아내
이처럼 소장품 못지않게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주목 받는 박물관 사례들이 심심찮게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 분관이나 카타르 국립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둘 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이란 공통점 외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문화 프로젝트란 면에서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루브르 아부다비 분관은 아랍 문화권의 창문양식과 고대 관개 시스템을 모티브로 해, 파리 루브르박물관과는 완전히 차별적인 경관과 장소성을 만들었다.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장미 모양으로 굳어진 모래 덩어리, 일명 '사막의 장미'를 본 따 지어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건축에 얽힌 특별한 스토리가 중동 국가들의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박물관의 본질은 소장품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 대부분이 건축비로 사용된 것이나 부지 선정에 환경적, 경제적 조건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한창 개관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유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 최초 금속인쇄물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분책, 수메르 쐐기 문자로 고대 홍수 신화를 새긴 토판, 이 두 점의 유물만 해도 30억원이 투자됐다. 적당히 구색만 맞춰 전시 공간 채워 넣기에 바빠 실속이 없어지거나, 혹은 사진 찍기에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만 몰두하는 뮤지엄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 가운데, 도시 환경과 어우러진 세계문자박물관의 매력적인 공간 그리고 진정성 있는 큐레이션에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부디 유행이나 이권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 취지에 충실한 박물관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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