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자 전후 계획에 반기 든 네타냐후…국내 지지율 반등엔 호재
美와 대립하며 '강골' 이미지 쇄신…지지 결집 노려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이번 갈등이 국내 입지가 불리해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우방인 미국의 지원 없이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계속 치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힘들겠지만 이 기회에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을 외국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로 이미지 쇄신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한 표현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한 것은 그가 전후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게 만드는 방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이후의 날에 대해서 (미국과)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부분도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두 국가를 세우는 '2국가 체제'를 지지하고 자주 강조해 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중단하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다시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에 반대하며 서안지구 정착민들을 위한 수천 채의 새 주택 건설을 승인했다.
또 그가 삼권분립에 정면 도전하는 사법 개혁에까지 나서면서 양국 정상은 몇 달 간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삐걱대던 관계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겨우 봉합됐다.
그러나 미국도 가자지구에서 커지는 민간인 피해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을 눈치 봐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갈등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 평론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비난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연간 원조, 군수품, 유엔에서의 외교적 엄호 등에 대해 적당한 제한을 둘 가능성이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칼럼니스트 나훔 바니아는 현지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초시계를 손에 들고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며 "일주일 또 2주, 시계가 똑딱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이번 갈등이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직면했다. 또 남은 135명의 인질 가족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유대인정책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32%에 불과했다. 반면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인 베니 간츠 전쟁 내각 위원의 지지율은 55%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소탕이라는 대의적인 목표에는 공감하는 국민 여론에 편승해 외국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꾀하며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이타마르 라비노비치는 NYT에 "네타냐후 총리는 몇 달 후 있을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이 사태로 그는 '바이든에 맞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막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고 전했다.
마이클 오렌 전 주미국 이스라엘 대사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와 중도층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고안한 메시지"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에도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존경하고 소중히 여긴다"면서도 "여기(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도 "이스라엘은 국제적 지원이 있든 없든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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