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의제 조율’ 험로 예고
한국노총 “근로시간, 대화 의제 된 것 아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13일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상견례 성격의 간담회가 성사됐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의제 조율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4일 “노사정 대표자들이 오늘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오찬 회동을 하면서 경사노위에서 논의할 의제와 일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자들은 현재 노동시장이 직면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업전환, 계속고용, 근로시간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조속한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경사노위 본회의를 열고 의제별 위원회 등 회의체를 밀도 있게 운영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가 본 궤도에 오르려면 노사정 간 의제 조율이 마무리돼야 한다. 노사정 실무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의제개발·조정위원회는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논의한다. 이 위원회에서 의제가 확정되면 경사노위는 본회의를 열고 안건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노사정이 각자 의제로 삼고 싶은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주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의를 원하지만 한국노총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경사노위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직후 반박문을 내고 근로시간은 의제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근로시간에 관한 이야기는 나눈 바 없다.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각자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일 뿐 이것이 향후 대화 의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다루고 싶어하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비범죄화, 파견규제 완화 등도 한국노총이 쉽게 수용하긴 어려운 쟁점이다.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도록 하는 방향에 대해선 노사정 모두 동의하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한국노총은 법적 정년 연장을 주장하지만 노동부·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등 계속고용에 무게를 싣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의 공통분모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이다. 다만 노동부는 이 두 가지 의제만으로 좁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한 의제 조율 과정 때문에 경사노위 본회의는 일러야 내년 1월 말쯤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2년 유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정 관계가 악화하면서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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