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떠나는 김기동 감독, 손편지로 작별 "팬들의 사랑 잊지 않겠다"

프로축구 FC 서울 지휘봉을 잡는 김기동(52) 감독이 친정 팀 포항 스틸러스에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남겼다.

서울 구단은 14일 김 감독을 15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2019년부터 5시즌 동안 이끌었던 포항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포항 구단은 김 감독의 선임이 발표된 뒤 공식 SNS를 통해 그가 남긴 손편지를 전했다. 정들었던 포항 팬들을 향한 김 감독의 진심이 담긴 작별 인사였다.

김 감독은 "오늘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C 서울로 이적하려고 한다"면서 "팬 여러분 중에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1991년 선수로서 포항에 입단해 3년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잠시 자의가 아닌 이적이 있었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포항에서 살면서 포항이라는 도시를 사랑했고, 또한 포항 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1991년 포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 부천 유공, 부천 SK에서 활약했다. 이후 2003년 다시 포항으로 이적해 2012년 은퇴할 때까지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 변신한 김 감독은 2016년 포항 수석 코치, 2019년부터는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포항을 이끌며 2021시즌(9위)을 제외하고 매년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3위에 오른 2020시즌에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올 시즌에는 FA컵 우승과 리그 2위라는 뛰어난 성과를 남겼다. 완성도 높은 전술을 기반으로 상대 공략에 뛰어난 통찰력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구단은 "뛰어난 전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김기동 감독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부합하다"면서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포항을 떠나는 김 감독은 팬들에게 "2019년 첫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지만 팬들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면서 "어려움 속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은 펜들의 지분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도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더 큰 지지를 부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인사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감독은 "프로 선수로서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의 시작에는 늘 포항이 있었다"면서 "더 큰 사람으로 다시 여기에서 보게 될 날을 꿈꾸겠다. 포항 팬 여러분께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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