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삭감률 98%' 아름다운 불명예, 추신수 은퇴 예고. 韓美 커리어 수입 1880억
[OSEN=이상학 기자] ‘추추 트레인’ 추신수(41·SSG 랜더스)가 내년 시즌을 끝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은퇴 시즌은 KBO리그 최저 연봉(3000만원)으로 뛴다. 역대 최대 연봉 삭감률(98.2%)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SSG는 14일 추신수가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과 향후 거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저 연봉인 3000만원에 계약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마저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구단도 추신수의 기부 활동에 동참할 예정으로 오랜 시간 팬들에게 받은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한 라스트 시즌을 준비한다.
연봉 삭감이 파격적이다. 지난 2021년 SSG 창단과 함께 KBO리그에 온 추신수는 역대 최고 연봉 27억원으로 메이저리거 대우를 받았다. 2022년에도 27억원으로 연봉이 동결된 추신수는 올해 10억원 삭감된 1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으로 주요 선수들 연봉이 인상된 SSG가 샐러리캡 초과 위기에 처하자 추신수는 통크게 10억원 삭감을 받아들였다.
내년에는 무려 16억7000만원이 깎인 3000만원 최저 연봉으로 마무리한다. 이 역시 파격적이다. 지금껏 KBO리그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금액에 연봉이 삭감됐다. KBO 역대 최다 삭감액 기록은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가 갖고 있다. 롯데 소속이었던 이대호는 지난 2021년 25억원에 달했던 연봉이 2022년 8억원으로 17억원 깎였다. 2017년 롯데로 돌아오며 4년 150억원에 FA 계약한 이대호는 2021년 마지막 FA로 2년 26억원에 재계약하면서 기록적인 연봉 삭감을 감수했다.
연봉 삭감률로 따지면 추신수가 98.2%로 당시 이대호(68.0%)를 훌쩍 넘어 역대 최대 폭이다. 종전 KBO 기록은 90.0%로 박명환과 이택근이 갖고 있다. 박명환은 LG 소속이던 2011년 5억원이었던 연봉이 2012년 5000만원으로 깎였다. 2019~2020년 키움에 몸담았던 이택근도 같은 조건으로 삭감됐다. 두 선수 모두 FA 계약이 끝나고 일반 연봉 계약을 하면서 대폭적인 삭감을 당했다. 그해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
추신수는 올 시즌 112경기 타율 2할5푼4리(382타수 97안타) 12홈런 41타점 65볼넷 79삼진 출루율 .379 장타율 .398 OPS .777을 기록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주전급 선수로서 경재력 있는 성적을 냈다. 신임 이숭용 감독의 요청으로 내년 시즌 주장까지 맡게 됐지만 기록적인 연봉 삭감으로 마지막 시즌은 그야말로 ‘봉사’를 하게 됐다.
추신수는 “비시즌 동안 가족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만큼 야구와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껴 구단과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 구단도, 신임 감독님도 나를 필요로 했고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내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 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을 하고 싶다”며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온 23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고 3학년이었던 지난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금 137만 달러에 사인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5년간 눈물 젖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며 2020년까지 무려 16년간 롱런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통산 최다 홈런(218개) 기록을 남기면서 큰돈을 벌었다.
미국 프로스포츠 연봉 전문 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추신수는 빅리그 16년 커리어 누적 수입이 1억3958만2678달러(약 1808억원)로 집계됐다. 마이너리거 신분이었던 2001~2006년 수입은 빠진 액수.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에 FA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KBO리그에선 4년간 연봉이 각각 27억원, 27억원, 17억원, 3000만원으로 총 71억3000만원을 벌었다.
미국 시절과 합하면 연봉.계약금 총 수입이 약 1880억원으로 계산된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야구로 가장 큰돈을 번 선수일 것이다. 추신수는 받은 만큼 아낌없이 베풀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수입이 끊긴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0명에게 1000달러씩, 총 19만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됐다. 한국에 와서도 유소년 및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24억원 이상 기부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마지막 시즌 최저 연봉도 추신수다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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