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병대, 대통령실 통화 24분 뒤 ‘이첩 사건’ 도로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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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수사단이 지난여름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조사를 끝내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해병대사령관 쪽 간에 전화통화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통화 직후 국방부는 사건을 되가져가겠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이첩 및 회수 과정을 군으로부터 보고받지 않았고 관련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해왔다. 사건 회수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지만 군검찰은 당시 통화와 관련해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밝히려면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국방부가 이를 회수한 지난 8월2일,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아무개 대령과 김아무개 해병대사령관 비서실장이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대령은 지난 7월30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해병대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언론브리핑 자료를 달라’고 직접 요청해 제출받은 인물이다.
두 사람 사이의 통화가 이뤄진 시간대와 사건 이첩 및 회수 시간대를 비교해보면 외압 정황은 뚜렷해진다. 해병대수사단은 2일 오전 11시50분 사건 이첩을 완료하고 경북경찰청을 빠져나왔다. 1시간1분 뒤인 오후 12시51분, 김 대령이 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35분 뒤인 오후 1시26분, 김 비서실장이 김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이뤄졌다. 이 통화 24분 뒤인 오후 1시50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날 저녁 7시20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사건기록을 되가져갔다. 나아가 군검찰은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이날 입건했다. 저녁 8시40분께엔 ‘박 대령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박 대령 쪽은 사건 이첩 당일에 ‘사건기록 회수→박 대령 입건→보직해임 논의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에는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이 있을 거라고 의심해왔다. 국방부가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하기 직전 대통령실과 해병대사령관 쪽이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런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그동안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국가안보실 조태용 실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은 지난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조 실장은 8월2일 임 비서관으로부터 이첩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답했고, 임 비서관은 “언론을 통해 이첩사실을 알았다.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언제 이첩했다는 등 보고를 디테일하게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사건을 회수하겠다는 뜻을 경찰에 밝힌 뒤인 8월2일 오후4시께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해병대사령관이 통화한 사실은 알려진 바 있다. 전반적인 상황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회수 통보 직전 국가안보실과 해병대 간 통화가 확인된 이상 채 상병 사건 전반에 대통령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군검찰은 이런 통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대통령실과 해병대 쪽의 통화내용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박 대령 항명사건을 수사한 군검찰은 지난 9월15일 김 대령에게 질문을 보내 답을 받는 형식으로 조사를 했는데, 8월2일 통화와 관련한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대령이 낸 6쪽짜리 진술서에는 주로 김 대령이 해병대에 7월30일 언론브리핑 자료를 요청하고 받은 경위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군검찰은 김 대령과 통화한 해병대사령관 비서실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묻지 않았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군검찰의 허술한 조사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군검찰은 지난 9월15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질문은 9개뿐이었고 진술서는 고작 3쪽에 불과했다. 임 전 비서관은 김 사령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고 말한 인물로 지목된 인물이다.
박 대령 쪽 김정민 변호사는 “누가 수사기록 탈취와 항명 입건을 밀어붙였는지가 밝혀져야 한다”며 “수사 외압 실체를 가려내기 위한 특검 수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8월2일 사건 회수 결정 직전 국가안보실 쪽과 통화한 김 비서실장은 “무슨 통화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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