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개조 열쇠’도 여성이 쥐었다…네카오 ‘여성 리더십’ 시대 열려

조유빈 기자 2023. 12. 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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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첫 여성 CEO…‘김범수 키즈’ 外 인사로 인적 쇄신
네이버도 과거 위기 상황서 81년생 여성 CEO 발탁
‘소통’ 방점 찍고 체질 개선 나선다…임직원 의견 청취 시작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48)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카카오의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가 여성 CEO를 선임하는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타개해야 할 막중한 과제는 여성 CEO의 손에 쥐어졌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도 40대 여성이 이끌게 되면서, 양대 플랫폼의 '여성 리더십'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48)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시계 다시 돌아갈까…'적임자' 판단 왜?

정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등 VC 분야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스타트업통'으로,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올해 3월 카카오의 첫 기타비상무이사가 됐다. 지난 9월부터는 CA협의체 내 사업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현재 경영쇄신위원회에도 상임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카카오는 정 내정자를 발탁한 이유에 대해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를 꼽았다. 카카오 측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국내 양대 플랫폼은 여성 수장들이 이끌게 됐다. 네이버가 지난 2021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선임한 데 이어, 카카오는 '카카오의 시계'를 다시 돌리는 막중한 임무를 정 내정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4월13일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된 '네이버 밋업 2022'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 '파격 인사' 이후 조직문화 개편에 호평

네이버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문제가 대두된 이후, '쇄신'을 공언한 바 있다. 수직적 조직 문화와 의사 결정 구조에 관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임원진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묵살한 사실도 불거졌다.

위기를 겪은 네이버는 '새로운 조직 체계'라는 답을 선택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당시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 혁신과 소통에 중심을 둔 네이버는 주요 임원직을 거치지 않은 1981년생 최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2022년 3월 정식 취임한 최 대표는 현안 과제로 거론됐던 조직문화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이사회 직속 인권전담조직인 휴먼라이츠 등을 신설해 인권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임직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사내 심리상담센터도 운영하는 등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2년간의 경영성과도 나쁘지 않다. 올해 1월 북미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해 연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고, 지난 8월에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성공적으로 공개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3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여성 100인'에 최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10월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카카오의 난제' 쌓여…"주어진 시간 많지 않다"

업계는 내부적으로 경험을 쌓아온 리더의 중용이 조직 안정에 주효하다고 본다. 회사 내부에서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데다 회사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 내정자가 조직 내 소통을 이끌며 체질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정 내정자는 소통에 먼저 방점을 찍는다. 다음 달부터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직원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만나면서 의견을 청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카카오의 난제도 산적해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 나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는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분식회계 논란도 떠올랐다. 주요 인수합병(M&A) 등을 이끌어 온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 투자 리더십까지 발휘해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숙제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앞서가고 있지만, 연내 공개를 예상했던 카카오의 생성형 AI 발표 시점은 미뤄지고 있다.

그가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힌 만큼, 바로 경영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정 내정자는 취임 전까지 카카오 내 쇄신 TF장으로서 경영전략 개편 뿐 아니라 기업문화 변화, 지배구조 개편 등의 세부 과제를 챙기게 된다.

정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돼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 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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