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이리저리 휘둘리는 HMM 매각…깊어지는 산은의 고민

김정연 기자 2023. 12.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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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상 기업 매각은 본입찰이 진행된 지 1~2주 후면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지난달 23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던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어찌 된 일인지 3주가 다 지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그동안 투입한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HMM을 하루빨리 매각해야 하지만, 그나마 인수 가격을 더 높게 써낸 하림은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 사항을 내놓고 있어 산업은행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김정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선정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뭘까요? 

[기자]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기업들의 자금력입니다. 

HMM의 시가총액은 11조 원 수준입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순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 6000억 원, 5000억 원 정도입니다. 

두 회사는 우선 이번 본입찰에는 인수 가격으로 6조 원 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하림그룹이 동원그룹보다 2천~3천억 원 정도 더 높은 금액을 쓴 것으로 전해지긴 합니다. 

다만 이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인수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 이 부분에 대한 매각 측의 검토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하림그룹이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영구채 주식 전환을 유예해 달라, 이런 요청을 해서 논란이 됐었는데 이것도 결국 자금 문제와 연관이 있는 거죠? 

[기자] 

HMM은 2018년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원금은 두고 이자만 갚는 영구채를 대량 발행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렸습니다. 

이 영구채는 정해진 날짜에 주식으로 전환되는데요. 

현재 남은 영구채가 1조 7천억 원 규모인데, 이게 내년에 주식으로 전환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가지는 HMM 지분이 내년이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하림 측은 산업은행에 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만 더 늦춰줄 것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면 HMM을 인수하는 기업은 3년 동안 같은 HMM 주식수를 갖고 있더라도 더 높은 지분율을 차지하게 됩니다.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건데요. 3년 동안 더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2850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되면 HMM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HMM을 통해 더 마련할 수 있는데, 하림 측은 이 조건이 가능할 것을 고려해 인수 금액을 더 높게 써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산업은행은 하림의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원그룹도 이 조건이 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인수 가격을 더 높게 제시했을 것이라며, 산은이 이를 수용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방법이 어려워지면서 이제 두 후보 기업은 외부에서 최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향후 인수를 했을 때에 갖게 될 부가적인 가치라든지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잘 설명해서 이제 추가적인 투자처를 확보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하지만 이제 이런 것들이 인수하는 데 있어서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을 거예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선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매우 좀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 

[앵커] 

이번 인수전에 대해 승자의 저주, 유찰 가능성 등 부정적인 관측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HMM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하림과 동원의 공통점은 식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식품을 빠르고 신선하게 옮길 수 있는 물류업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데요. 하림의 경우 산하에 벌크선사 팬오션을 두고 있는데,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하게 되면 해운업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동원도 동원로엑스 등 자회사를 통해 육상 물류업을 하고 있는데, HMM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해운 물류업까지 넓히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HMM의 사내에 쌓인 유보금이 10조 원 정도 되는데요. 

이를 배당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앵커] 

인수 절차는 계속 지연이 되고 있는데, 대주주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팔아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해운업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1월 5000선을 넘겼던 글로벌 해운 운임 지수는 지난주 1030까지 떨어지며 5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10조 원대를 기록했던 HMM의 실적도 올해 3분기까지 기준 7천억 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HMM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7조 원대로 추산되는데요. 매각이 더 늦어지면 공적 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석훈 / 산업은행 회장 (지난 6월) : HMM을 열심히 팔려고 했던 것은 사실은 HMM 주가가 1천 원 움직이면 실질적으로 1.8조 원 정도 자금 공급 여력을 감소시킵니다. 외부변수에 취약하게 돼있는 게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HMM 매각의 우협 선정 작업은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과 동원 두 회사를 대상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산은이 목표로 했던 이번 주 내 선정은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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