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 '선' 넘으려는 SH공사…LH는 부글부글

최지수 기자 2023. 12.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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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주택사업을 맡고 있는 SH공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 LH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H공사가 3기 신도시 사업의 LH 지분 축소를 주장하면서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사업 참여를 건의하기도 했는데요. 

LH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두 공사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부 최지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두 공사의 신경전, 언제부터 본격화된 거죠? 

[기자] 

SH공사가 LH에 분양 원가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에 몸 담았을 때부터 같은 주장을 해온 김헌동 사장이 지난 2021년 취임하면서부터 SH는 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주기적으로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분양 원가와 그에 따른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SH공사는 LH에도 여러 번 공개를 요구하며 속내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김헌동 / SH공사 사장 (지난 3월 30일) : (LH는) 택지를 수용해서 땅장사를 해요. 집값을 폭등시킨 잘못된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LH가 왜 서울에 있을까. LH가 가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사업을 우리 SH공사로 넘겼으면 좋겠다.] 

이에 대해 LH는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산될 뿐 아니라 민간주택 공급 축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SH공사가 아예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요구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들으신 대로, SH공사는 더 많은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최근 신규 공공주택지구인 구리토평2지구를 비롯해, 3기 신도시 광명·시흥, 과천 등의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습니다. 

3기 신도시 개발 총사업비에 있어 LH 지분은 65~90% 수준인데요. 

광명시흥지구에 대한 토지 보상 절차가 늦어지고 LH가 철근 누락 사태로 구설수에 오르는 상황에서 SH가 참여 의지를 강조한 겁니다. 

김 사장은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 "SH공사가 서울에 보유한 10만 채의 주택을 반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연간 동원 가능한 자금이 20조 원"이라며 사업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기자] 

SH공사는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업계 일각에선 참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먼저 광명시흥지구 한 곳만 두고 봤을 때도 토지주들의 보상비만 기본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따라서 현재 SH공사 자금력으론 부족해 보인다는 겁니다. 

올해 LH의 사업비는 약 30조 2천억 원이고, SH공사 예산은 4조 1천163억 원인데요. 

7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통상 보상 절차는 1~2년 이내에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만큼 SH가 채권을 발행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LH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공공주택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잖아요? 

이렇게 되면 SH도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 12일 국토부가 LH 건설 카르텔 혁신안을 발표했죠. 

공공주택 공급시장에 있어 LH의 독점으로 각종 부실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이를 민간 건설사에게 개방하기로 한 건데요. 들어보시죠. 

[김오진 / 국토교통부 1차관 (지난 12일 기자설명회) : 지금껏 독점적 지위에 있던 LH가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겠습니다.)] 

민간과의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시장에서 LH의 입지가 흔들리게 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SH공사도 지자체 개발공사 중 하나로, 사업 영역이 서울시로 제한된 만큼 추가 확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들어보시죠. 

[진현환 /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지난 12일 기자설명회) : SH는 서울시 내에 주택·택지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지방주택공기업입니다. 사업 참여 제안을 저희한테 하려면 서울시 내에서 하는 주택 공급 책무가 먼저입니다. 지금은 사업 참여 건의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GH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김헌동 사장 직전 SH공사 사장을 지낸 김세용 GH 사장도 "SH공사의 사업 참여 시도는 지방공기업법 위반이고 명분도 없다"며 비판했고 GH 노조는 법적 투쟁까지 예고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앞서 국토교통부 지적도 있었는데, 서울 내에서의 주택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한 시민단체는 SH가 기존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의 공급 저조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SH공사의 올해 계획물량은 5천250호인데 지난달 기준으로 매입완료 건수는 1천500여 호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목표치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지난해 매입완료 건 대비 30%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 "SH공사가 '해당 지방자치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지방공기업의 목적부터 돌이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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