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여성만 가능” 시험 답 쓴 美 고교생에 ‘불합격’ 논란

시애틀 모 고교서 ‘젠더와 성의 이해’ 시험
“남성만 음경 가져”, “여성만 임신” 불합격
“교사가 교실에 정치적 신념 전파…보복 우려”
學 “인종차별, 가부장제…주·지방 지침에 부합”

미국의 한 고등학교 시험에서 “임신은 여성만 할 수 있다”는 답안을 쓴 학생이 불합격을 받은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라디오 방송국 KTTH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 실스 국제 고등학교는 최근 한국의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을 대상으로 ‘젠더와 성의 이해’ 관련 시험을 시행했다.

시험 중 한 문항은 ‘모든 남성에게는 음경이 있다’란 명제에 대해 참·거짓으로 가르는 문항이었다. 이에 한 남학생은 답안에서 “남성만이 음경을 갖고 있다”는 말을 관련 설명으로 서술했다.

또 ‘오직 여성만이 임신할 수 있다‘란 명제 관련 찬반 문제에 대해서는 참이라 답했다.

그러자 시험을 시행한 교사는 “여성도 음경을 가질 수 있다”,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해당 학생을 불합격 처리시켰다.

해당 시험을 주관한 담당 교사는 역사 및 인류학 전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해당 학생의 모친은 KTTH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의 대응을 비판하는 투서를 전달했다.

그녀는 “부정확한 정보를 가르치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답변을 강요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불합격시키는 행태가 어떻게 합법적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교실에 정치적 신념을 가져오는 것을 학교가 이상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들이 의학적·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답하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대답을 거부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학생과 부모는 이후 학교로부터 비난 및 조사 등 각종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친은 “아들이 백인 남성이란 이유로 ’피부색 특권‘이라며 학교로부터 정기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며 “아들이 보복을 당할까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 교사들이 아들에게 욕설하고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가부장제의 산물‘이라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대변인은 “인종차별, 가부장제 같은 권력 시스템의 영향을 조사하는 등 현대 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해당 시험은 이를 다루는 주 및 지방 지침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KTTH 라디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학교 측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