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투자했는데, 이렇게 끝나나요?”…날개없이 추락하는 이 종목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2. 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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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지난 7일 신작 MMORPG ‘TL(쓰론 앤 리버티)’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공 : 엔씨소프트]
지난 2021년 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3년여 만에 20만원선 초반까지 밀렸다.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 출시됐지만 흥행 수준이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14일 오후 1시 현재 엔씨소프트는 전일대비 4500원(2.00%) 오른 2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번달 들어 12.60% 하락 중이다. 신작 게임 ‘TL(쓰론앤리버티)’ 출시 직전일인 지난 6일 대비로도 13.58%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몇년새 기록적인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동학개미 운동을 타고 인터넷·게임업종이 초강세를 보였던 지난 2021년 2월 8일 104만8000원까지 올랐다. 34개월 만에 주가가 5분의 1이 된 셈이다. 연간 주가 수익률을 보면 지난 2021년이 -30.93%, 지난해 -30.33%, 올 들어 -48.33% 등으로, 별다른 반등 없이 주가가 꾸준히 빠지고 있다.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던 신작 게임 TL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TL은 이 회사의 다섯번째 플래그십 MMORPG로, PC 온라인 플랫폼으로는 지난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 이후 11년 만에 내놓는 대작 게임이다. 지난 10년간 1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장이 TL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떠받치는 리니지 삼형제의 노후화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전체 매출 4231억원 가운데 ‘리니지M’이 1196억원, ‘리니지W’가 901억원, ‘리니지2M’이 549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 IP(지적재산권)을 이용한 3개의 모바일 게임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리니지W는 비교적 최근인 2021년 출시작이나 리니지M은 2017년, 리니지2M은 2019년 출시작이다. 신규 유저의 유입은 줄고 기존 유저의 이탈은 늘면서 이들 리니지 삼형제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3분기 리니지M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로 18.37% 줄었고 리니지2M과 리니지W도 각각 35.81%, 54.30%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최근 5년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회사측은 게임 흥행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는 TL의 동시접속자수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게임 정식 서비스 개시 20분 만에 5만6000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출시 첫날 25만명을 기록하고 이후 35만명까지 동접자수가 늘어났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보이는 기록이다. 지난 2012년 블레이드소울은 출시 1시간 만에 15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는 TL에 제한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도입했다. 캐릭터의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확률형으로 판매하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게이머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던 점을 반면교사 삼은 정책이었다. 하지만 낮아진 과금 강도만큼 매출 기여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말에도 추가 서버 증설 없이 대부분의 서버가 원활한 모습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동접자 수는 10만명 이하로 추정된다”라며 “이용자당 매출(ARPU)이 낮은 만큼 실제 매출은 트래픽이 유사한 경쟁 게임보다도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엔씨소프트의 경우 신작 TL이 게임 초반에 대한 악평과 달리 엔드 콘텐츠에 대한 호평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한된 BM으로 인해 실적 기여는 기대를 크게 밑돌 수 있다”라며 “TL의 현재 일간 사용자는 5만명 내외로 판단하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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