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손실 안 보려다, 16억 더 나갈 판···대구도축장 폐쇄, 이게 맞나요?

김현수 기자 2023. 12. 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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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대구도축장 내년 4월 폐쇄 땐
운송비 지원 매년 16억원 이상 소요
대구 북구 검단동에 있는 대구도축장에 어미돼지들이 계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현수 기자

대구시가 대구축산물도매시장(대구도축장) 폐쇄를 강행하면서 대구·경북 축산농가에 지원될 운송비만 매년 16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늘어날전망이다.대구시도 올해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에 연간 3억5000만원 수준의 운송비 지원이 불가피하고, 계약기간 등의 문제로 2년 간 별다른 활용방안이 없어 시가 내세운 경제성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경북도와 한돈협회 등에 따르면 경북도와 22개 시·군은 대구도축장 폐쇄 시점인 2024년 4월1일부터 모돈(어미돼지) 도축을 위한 운송비 지원 예산 11억7000여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모돈 도축수 5만 마리를 기준으로 평균 운송비용인 4만원을 적용한 금액이다.

올해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과 대구시도 연간 3억5000만원 가량의 운송비를 지원해야 할 처지이다. 군위에는 40여농가가 10만~11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중 모돈은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평균 교체율(70%)을 적용하면 매년 7000마리 이상의 모돈을 도축해야 한다고 대한한돈협회는 설명했다.

전성무 대한한돈협회 군위지부장은 “대구시가 운송비를 지원하겠다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원을 받아도 충북 음성까지 마리 무게가 200㎏이 넘는 모돈을 옮기는 것도 큰일이다. 폐사하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이 발생해 이동 중지 등 제한 조처가 내려지면 농가의 타격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대구시는 대구도축장을 폐쇄 명분으로 도축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낡은 도축장을 수리하는데 연간 9억원, 공무원 인건비까지 합치면 매년 14억원의 돈이 들지만 벌어들이는 수입은 6억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도축 물량 감소·대구 농가 이용 감소 등의 이유를 들었다.

대구 북구 검단동에 있는 대구도축장 계류장에 어미돼지 등이 계류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하지만 대구시의 ‘적자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대구시가 도축장 수리 비용에 책정한 금액에는 초기 건축비 187억7200만원 등 이미 투자된 시설비의 감가상각비가 포함돼 있어서다. 이 감가상각비만 매년 4억7000만원으로 계산됐다.

경북도와 한돈협회가 안동 등에 새로운 모돈 도축 설비 마련을 위해 대구도축장 폐쇄를 2년만 연기해 달라는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투자된 시설비용을 손실로 볼 필요가 없다. 폐쇄 전까지 신규 시설 투자를 하지 않고 인력을 조절하면 오히려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대구도축장은 시설 투자 시기에 맞물려 흑자를 기록하거나 적자를 내기도 했다.

대구도축장 폐쇄 이후 별다른 활용방안도 없는 만큼 대구·경북 상생과 불필요한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영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구시와 대구도축장 운영업체와의 계약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반면 도매시장 인근 부산물 상가와의 계약기간은 2026년 9월이다. 대구시는 부산물 상가와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실상 2년 넘게 방치되는 것이다.

박종우 한돈협회 경북협의회 회장은 “공사 시작 전까지만 대구 도축장을 운영해도 운송지원비 등 혈세를 아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부산물 상인들은 매출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해온 이모씨는 “여기서 물건을 납품받지 못하면 군위·안동·고령 등에 있는 도축장까지 가야 해 물건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다수 시민의 생존권 문제 등을 고려하면 대구도축장은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조기 폐쇄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다”라며 “경상북도 등 관련 기관이 대체 시설을 마련할 때까지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쇄 처분을 유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부산물 상인들의 경우 한 달 임차료가 3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며 “도축장이 폐쇄하더라도 광고 등을 통해 부산물 거래와 유통에는 큰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지난 13일 대구시가 제출한 ‘대구광역시 도축장 설치 및 사용조례 폐지 조례안’을 보류했다. 도축장 폐쇄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축산물 도매상인들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대구시가 대구도축장 운영업체와 다시 계약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4월 1일부터 운영이 중단돼 폐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북도는 안동·봉화 축협에 모돈 도축장 증설을 위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국비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시설 확충에는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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