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올라프손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 25년 꿈 이뤘죠"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며 제가 25년간 가지고 있던 꿈을 이뤘습니다. 열 네살 때 곡을 처음 들은 순간 제 뇌와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느낌이었죠."
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올라프손은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최고의 건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하면서도 바흐의 천재성을 잘 담고 있는 곡이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6일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스튜디오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발매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1741년 발표한 작품으로, 주제가 되는 아리아와 30개의 변주곡 등 총 32곡으로 구성된다.
올라프손은 "이 곡은 일종의 태양계와 비슷하다"며 "아리아를 중심에 두고 30개의 변주곡이 행성처럼 공전하고 있다. 아리아라는 작은 소재에서 각각의 독특하고 훌륭한 음악이 탄생했다는 점이 놀라움을 준다"고 말했다.
변주곡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어 매번 좋아하는 곡이 바뀐다고 한다. 올라프손은 가장 좋아하는 변주곡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든 곡이 특별하다며 잠시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변주곡을 꼽으라는 질문은 마치 부모에게 어떤 자식이 가장 좋냐는 질문과 같다"며 "먼저 변주곡 13번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느낌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이지만, 25번은 비극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1번 변주곡 역시 행복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곡이라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음계를 색감으로 느끼는 공감각 능력의 소유자인 그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면 빨간색이나 오렌지색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에게 빨간색은 G 음계에 해당하고, 갈색은 D 음계에 해당하는 색이라고 한다.
그는 "소리와 색을 연결하는 능력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제 깊은 곳에 내재한 특성"이라며 "어려서는 모두가 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줄로 알았다. 소리를 색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제가 음악을 보다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을 돕는다"고 말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연주 측면에선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구해 까다로운 작품이라는 게 올라프손의 설명이다.
그는 "바흐가 가진 추상성과 곡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표현하려면 높은 기교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특히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연주자에게 올림픽 체조 선수의 기교를 요구한다. 연주자의 개성을 담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올라프손은 다수의 콩쿠르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가진 연주자다. 2017년 DG에서 첫 앨범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을 발매한 뒤 꾸준히 음반 발매를 이어오고 있다. 2019년에는 그라모폰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아티스트로 꼽히기도 했다.
바흐는 그 과정에서 그의 성장을 도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올라프손은 2008년 줄리아드 음대에서 학업을 마치고 진로를 고민할 때 콩쿠르에 출전하기보다 바흐의 음악을 꾸준히 연습하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바흐의 작품을 깊게 탐구해 2018년에는 앨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발매했다.
그는 "바흐는 제가 자신을 이해하고 음악을 이해하도록 도와준 중요한 존재"라며 "바흐의 음악을 연습하며 저를 위한 시간을 보냈기에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연주자보다 느리게 경력을 쌓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라프손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하는 리사이틀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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