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스스로 치유하는 뇌

장윤서 기자 2023. 12. 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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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만성통증과 같은 난치병을 치유하는 열쇠가 인간의 뇌에 숨어 있다는 가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뇌의 '신경가소성'이 치료가 어려운 신경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외 물리학자였다가 신경가소성 물리치료사가 된 모세 펠덴크라이스가 명상을 통한 감각 인지로 과도하게 자극된 뇌의 회로를 되돌린 사례 등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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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치유하는 뇌./히포크라테스

파킨슨, 만성통증과 같은 난치병을 치유하는 열쇠가 인간의 뇌에 숨어 있다는 가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뇌의 ‘신경가소성’이 치료가 어려운 신경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총 500쪽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은 뇌의 구조와 패턴은 아동기 이후 불변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통념에 반박하는 논리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소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책 ‘스스로 치유하는 뇌’(원제: The Brain’s Way of Healing)는 우리 뇌의 가소성이 불치와 난치의 질환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저자는 신경가소성 연구와 그 가능성에 오랫동안 주목해온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이다. 2018년 나온 이 책의 개정판이 최근 다시 출간됐다.

신경가소성의 기본 발상은 200년 전 미켈레 빈첸초 말라르네에 의해 이미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의사들과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한 번 손상되면 복구될 수 없다고 봤다. 우리의 뇌는 ‘신경 가소체’다.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 교세포로 구성된 뇌는 각종 정보를 뉴런의 신호 전달을 통해 받아들인다. 매일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만들어지면서, 뇌가 외부환경의 양상이나 질에 따라 스스로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것이 신경가소성 개념이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면 신경세포들이 다르게 묶여 ‘재배선’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긴 회로를 끌 수도, 다시 재연결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할 수도 있다. 저자가 수년간 찾아내고자 하는 것도 그것이다.

뇌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뇌 과학자 에릭 캔델은 “학습이 일어날 때 신경세포 사이의 관계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신경세포는 재생되지도 않으며 최초 연결된 배선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저자는 신경가소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실증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관련 분야가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음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전혀 인정받지 않고 있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그 실제 사례들을 증명한다.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만성통증과 파킨슨병이 발병한 환자들이 신경가소성적 치유법으로 삶의 질을 개선한 사례가 나온다. 30대 중반 파킨슨병에 걸린 존 페퍼는 ‘걷기’라는 적당한 운동을 통해 이 도파민의 자발적 분비를 유도한다. 퇴화하던 신경계는 운동을 통해 새로운 세포가 발달하고, 뇌 회로의 소통을 향상시킨다. 파킨슨병 환자인 존 페퍼는 산을 오를 수 있을 만큼 민첩한 운동능력을 다시 얻었다.

책의 4장에서는 뇌종양을 떼어내기 위해 한 수술로 단기 기억, 청력장애를 얻은 가브리엘의 사례를 언급한다. 그녀는 레이저 치료로 손상된 뇌간을 다시 회복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 뇌가 가진 치유의 잠재력을 일깨워준다. 이 외 물리학자였다가 신경가소성 물리치료사가 된 모세 펠덴크라이스가 명상을 통한 감각 인지로 과도하게 자극된 뇌의 회로를 되돌린 사례 등도 소개된다.

저자는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보고 들은 신경가소성 사례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신경가소성이 과학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임상적 접근들이 왜 보다 널리 사용되지 않고, 주류가 되지 못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우리 뇌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신경가소성이라는 학문이 넘어야 할 관문들이 높다. 저자는 인간 뇌의 능력을 제한하지 말고, ‘스스로 치유하는 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긍정의 힘을 믿는 자기 계발서와는 색깔이 다르다. 인간 두뇌의 무한한 적응성에 대한 기적적이고 희망적인 사례를 담은 과학책으로 볼 수 있다.

노먼 도이지 지음ㅣ장호연 옮김ㅣ히포크라테스ㅣ568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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