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살았던 포항…이렇게 인사드려 죄송” FC서울로 떠난 김기동 감독, 진심 담긴 손편지 공개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포항에 살면서 포항이란 도시를 사랑했다. 또한 포항 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프로 선수로서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 시작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다. 올 한해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렇게 인사를 드려 죄송하다. 여러분의 지지가 정말 컸다. 앞으로도 포항 스틸러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 큰 지지를 부탁드린다." (김기동 감독)
김기동 감독이 친정 팀 포항 스틸러스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남겼다. 포항 스틸러스 구단을 통해 팬들을 향한 김 감독 손편지가 공개됐다. 김기동 감독은 2024시즌부터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FC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14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김기동 감독이 직접 쓴 손 편지를 공개했다.
김기동 감독은 "오늘 전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991년 선수로서 포항에 입단해 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다가 잠시 자의가 아닌 이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포항에 살면서 포항이란 도시를 사랑했다. 또한 포항 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프로 선수로서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 시작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다"고 써내려갔다.
포항 팬들을 향한 진심은 글이 내려갈수록 더 진해졌다. 김기동 감독은 "2019년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다. 하지만 포항 팬 여러분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 많은 관심 속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이로 인해 팀 창단 50주년이자 감독 5년 차인 올해 FA컵 우승과 K리그 2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확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라고 알렸다.
이어 "첫 경기가 끝나고 팬 여러분들 앞에서 제가 한 말을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건 선수만 잘해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단, 팬, 선수가 하나로 됐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지지가 정말 컸다. 앞으로도 포항 스틸러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 큰 지지를 부탁드린다"라고 적었다.
포항 팬들은 이번 시즌을 끝내고 한 해를 마무리, 새로운 시작 준비에 기대반 설렘반이었을 테다. FA컵 우승도 했기에 다음 시즌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도 했을 것이다. 팀이 어려울 때, 탁월한 지도력으로 예상 외 성적을 냈던 김기동 감독이 떠난단 소식은 포항 팬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김기동 감독도 누구보다 포항 팬들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올 한해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렇게 인사를 드려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이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FC서울에 이적하려고 한다. 시즌이 끝난 뒤에 여러 팀에 제안이 있었지만 주변 사정을 모두 고려해 FC서울 이적을 최종 결정했다. 팬들 중엔 이해를 못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여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내겐 또 다른 도전과 과제들이 될 것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정말 많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 지금도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하다. 앞으로 제 선택에 지금까지 그래주셨듯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포항 스틸러스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은 잊지 않고 살겠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기동 감독은 글에서 언급한대로 1991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유공 코끼리, 부천 유공, 부천SK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2003년 포항 스틸러스로 돌아와 2011년 은퇴까지 뛰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고, 은퇴까지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501경기)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축구화 끈을 푼 이후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U-23 대표팀 코치로 부임해 지도자 경험을 축적했다. 2016년에 포항 수석코치로 스틸야드에 돌아온 뒤 2019년 지휘봉을 잡고 팀을 꾸려 나갔다.
포항 스틸러스는 김기동 감독과 함께 꾸준히 K리그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2019시즌과 2020시즌 2년 연속 포항 스틸러스를 상위권으로 이끌며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김기동 감독은 2021년 AFC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올 시즌에는 FA컵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명장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매해 여름 혹은 겨울에 팀 핵심 선수들이 이적해도 김기동 감독 특유의 리더십과 전술적 대응으로 결과를 냈다.
2022시즌이 끝나고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김기동 감독에게 구단 최고 대우를 약속했고, 김기동 감독도 한 번 더 동행을 결심했다. 이후 알토란 영입 끝에 K리그 준우승과 감독 커리어 첫 우승(FA컵)을 해내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등이 ACL에서 흔들려도 포항 스틸러스는 전승으로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2023시즌이 끝나고 김기동 감독은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고 FC서울에서 내년을 구상하기로 했다.
FC서울도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기동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 FC서울은 "김기동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전술을 기반으로 상대 공략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강점인 지도자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준 높은 전략을 펼치고, 빠른 판단력으로 팔색조 같은 대처 능력을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감독이다. FC서울은 뛰어난 전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김기동 감독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선임 배경을 알렸다.
김기동 감독도 “FC서울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잘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FC 서울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매년 FC서울의 최대 목표는 ‘명가 재건’이다. 한때 K리그 최고의 팀으로 우승 경쟁을 했지만 최근엔 삐걱이고 흔들려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단 이름값을 보면 파이널라운드A는 시즌 목표가 될 수 없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 판도를 뒤집은 김기동 감독과 함께 과거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김기동 감독 프로필
■ 학력사항
- 신평고 졸업
- 위덕대 졸업
-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석사
■ 선수 경력
- 1991~1992 (포항스틸러스)
- 1993~2002 (제주유나이티드)
- 2003~2011 (포항스틸러스)
■ 지도자 경력
- 2013 : 대한민국 U23 청소년대표팀 코치
- 2014 :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 2015~2016.09 : 리우올림픽 대표팀 코치
- 2016.10~2019.04 : 포항스틸러스 수석코치
- 2019.04~2023.12 : 포항스틸러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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