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1억장 가진 AI기업 인수…루닛 "2년 내 매출 1000억원 돌파"

박미리 기자 2023. 12. 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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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유방암 특화 AI 플랫폼 '볼파라' 인수
미국 점유율 42% 회사, 인수금액 2525억원
미국 볼파라·미국 외 루닛이 사업 주도 예정
인수자금, 현금·인수금융 등 활용해 마련키로
볼파라 "루닛, 뛰어난 제품력 높게 평가"

"2년 내 루닛과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의 통합 매출이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본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14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화면캡처

서범석 루닛 대표는 유방암 특화 AI(인공지능) 플랫폼 전문기업 볼파라 인수 소식을 알린 1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매출 목표를 밝혔다. 루닛은 작년 139억원, 올해는 9월까지 1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 대표는 "10주년 때 10년 내 매우 큰 매출을 찍겠다고 예고했는데, 2년 만에 10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 같다"며 "의료AI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대가 나오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볼파라, 미국 유방촬영술 시장 점유율 42%"
인수가 완료되면 미국 내 사업은 볼파라가, 미국 외 사업은 루닛이 맡는다. 볼파라는 뉴질랜드에 본사를 뒀지만, 매출 96.5%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기업이다.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미국에서는 볼파라 인지도가 루닛보다 많이 강해서 볼파라 브랜드를 없애진 않을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하진 않았으나, 같이 브랜드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선 저희 멤버가 볼파라에 투입돼 팀으로 일하고, 미국 외는 루닛이 담당하면 서로 팔 수 있는 제품이 많아지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루닛은 미국 내 볼파라 플랫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추가 공급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볼파라 AI 플랫폼을 유통해 매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재 볼파라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3월 결산법인인 볼파라는 2021년(회계여도 기준) 1970만 뉴질랜드달러(158억원), 2022년 2610만 뉴질랜드달러(210억원), 2023년 3500만 뉴질랜드달러(282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이 63%에 달한다. 특히 매출 구조가 병원과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라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다. 다만 적자 상태다. 볼파라는 2022년 1640만 뉴질랜드달러(132억원), 2023년 980만 뉴질랜드달러(79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서 대표는 "내년(2024년 회계연도)에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며 "내년 중에는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파라에서 제시해왔던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인 2025년보다 빠르다. 또한 루닛도 2025년엔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인수금액은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루닛은 볼파라 지분 100%를 1억9307만달러(252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전일 볼파라 종가인 주당 0.78 호주달러에 프리미엄 47.4%를 붙여 책정한 가치다. 박현성 루닛 CFO(재무최고책임자)는 "지난달 유상증자로 확보한 2000억원 안에는 볼파라 인수가 포함되지 않아 새 자금이 필요하다"며 "보유현금, 인수금융, 합이 맞는 기관투자자 투자 유치 등을 균형감 있게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볼파라, 인수 내년 4월께 종료 전망…주총 75% 이상 동의 관건
이번 인수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루닛은 볼파라가 확보한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지난 8월 볼파라에 처음 인수를 제안했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는 등 법적분쟁 가능성도 모두 해소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도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루닛이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30만장인데, 이것으로도 정확한 AI 데이터를 만들어 업계에서 베스트 인 클라스 성능을 인정받았다"며 "경쟁사들은 확보한 데이터가 30만장보다도 적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할 때 1억장은 엄청난 것"이라며 "이 정도 데이터를 확보한 회사는 전 세계에 우리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CFO도 "1억장은 인수 없이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1장당 3000~4000원이라고 단순 계산해도 3000억~4000억원이다. 여기에다 수천개 기관을 뚫어야하는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볼파라 인수로 루닛은 데이터 확보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로 인해 루닛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볼파라와 인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40여년간 유방촬영술에서 경력을 쌓아온 데이비드 메초프레트 볼파라 부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그 동안 많은 경쟁사들이 CAD(컴퓨터 도면설계) 제품을 내놓았는데, 시간과 노력, 자금을 들여 견고한 제품까지 만들어낸 회사가 많지 않았다"며 "루닛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많이 내놓고 연구 결과물인 제품도 뛰어나다. 이 부분을 감안해 루닛의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볼파라 인수가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절차가 두 가지 남아있다. 뉴질랜드 정부 승인과 볼파라 주주총회에서의 승인이다. 서 대표는 "볼파라 주주총회에서 주주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현재까지 기관, 개인투자자 중 주요주주 30% 이상 동의는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을 높게 준 만큼 다른 기관, 개인주주들도 동의해 무난히 안건이 통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볼파라 인수가 종료되는 시점은 내년 4월로 보고 있다. 이후 인수가 완료되면 루닛은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상장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앞으로 루닛이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올해 3분기에 시작된 볼파라 인수 추진 과정에서 암 정복에 대한 양사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향후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형 AI, AI 기반 정밀 암 검진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볼파라가 합류하면서 산업 내 독보적인 위치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암 검진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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