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두(頭) 빛날 광(光)..전두광, 아니 전두환을 연기한 배우들 [Oh!쎈 초점]
[OSEN=박소영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흡입력 가득한 스토리,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지난달 22일 극장에서 개봉해 22일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13일까지 누적 관객 수 755만 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실존 인물인 전두환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의 크고 작은 악행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현대사 다시 보기 움직임으로 연일 온오프라인이 들썩이고 있다. 미디어에 담겼던 그의 언행도 주목 받고 있는 상황. 전두환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작품도 회자되고 있는 요즘이다.
#박용식
배우 박용식은 전두환을 닮았다는 이유로 울고 웃었다. 1980년대 제5공화국 시절 전두환을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 금지를 당한 것. 1988년 전두환이 물러나면서 다시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펼쳤고 1993년과 1995년엔 각각 MBC 드라마 ‘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에서 전두환 역을 맡아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지금까지도 ‘전두환을 연기한 배우’ 중 가장 닮은꼴로 손꼽히는 그다. 하지만 박용식은 영화 촬영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20일 가량 머물렀다고 패혈증 증세를 겪었고 2013년 8월 2일, 유비저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유비저균 감염이 실제 사망으로 이어진 것은 박용식이 처음이라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장광
배우 장광은 전두환 연기를 두 작품이나 해냈다. 1998년 SBS 드라마 '삼김시대’와 2012년 영화 ’26년’이 그것. 장광 역시 박용식처럼 민머리에 높은 싱크로율과 명품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어디 갔는데 사람들이 각하 안녕하십니까 하더라”는 일화가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2012년 영화 ‘26년’으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11대, 12대 전직 대통령 ‘그 사람’을 맡아 관객들의 울분을 유발했다. 장광은 "큰 역을 맡은 것은 ‘삼김시대’가 처음인데 연기가 자리를 잡을 즈음 끝나 못내 아쉬웠다. 동국대 연영과 동기인 이덕화가 전두환 역을 맡아 이제는 끝났구나 했는데 ‘26년’이 들어와 흔쾌히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덕화
2005년 전파를 탄 MBC '제5공화국’에선 이덕화가 전두환을 연기했다. ‘가발의 아이콘’이었던 이덕화는 민머리를 드러내며 전두환 연기에 진심을 다했다. 시원한 M자 이마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더해 싱크로율을 높였다. 연기에 흡입력이 가득했던 탓에 ‘전두환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웃지 못할 논란이 생기기도.
이에 이덕화는 "전두환이 미화되면 정작 곤란해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배우의 주관을 더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 인물의 내면을 평가해 달라. 누구라도 이 역할을 맡으면 나처럼 연기할 거다. 이 역할을 맡기까지 많이 망설였고, 지금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서현우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선 대통령 역의 이성민, 중앙정보부장 역의 이병헌, 경호실장 역의 이희준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런데 비중을 뛰어넘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이가 있었다. 전두혁 역의 서현우가 주인공이다.
앞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군복을 입고 비열한 눈빛을 발산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서현우는 “관객이 잘 아는 인물이니까 말투를 흉내 내기보다는 드라마의 흐름에 집중했다. 특수 분장이 있었지만 실제로 삭발을 했다”고 밝히며 놀라운 열정을 내비쳤다.
#황정민
박용식, 장광, 이덕화의 전두환이 화제를 모았던 건 배우들이 민머리 공개를 불사하며 캐릭터 싱크로율을 높였다는 점이다. 서현우 역시 체중 증량과 삭발 투혼으로 전두환의 특징을 잘 살렸다. 이에 비해 ‘서울의 봄’의 황정민은 분장과 헤어, 의상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전두환이 전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싱크로율 0%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황정민 표 전두광, 아니 전두환에 열광하고 있다. 비주얼 변신도 파격적이지만 욕심 가득한 인물,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시대의 빌런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이유에서다. “내가 생각하는 탐욕의 화신이자, 굶주린 전두광을 표현하려면 황정민이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한 김성수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방송 영화 스틸, 포스터(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